○김명완 2단 ●윤기현 9단 2차예선 결승
기사입력 1996년 04월 23일 15시 47분
넓은 창밖 멀리 혹은 가까이 백운대를 에워싼 제철소의 거대한 구조물들은 가히 장관이었다. 금문교에서 바라보는 의 야경이랄까.
갑자기 어두운 하늘 위호 제전을 밝히는 성화 같은 불기둥이 솟구친다. 옆자리에 앉은 임원에게 물어보니 씨익, 웃으며 설명해준다.
"쉿물 찌꺼기를 태우는 중입니다. 우린 저걸 '의 라이터'라고 부르죠."
세계속에 '철강한국'을 우뚝세운 사나이들의 거대한 꿈과 야망이 그 한마디에도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흑 53때 백 54로 좌상귀 3·三을 파고들어 응수를 묻는다. 흑 55의 '도강불허령'은 당연한 기세. 백은 일단 손을 돌려 58, 60으로 기대어나가 혈로를 뚫는다.
백 56으로 의백 1이하 7까지면 좌상귀는 살 수 있겠지만 다음 흑 A로 봉쇄당해 견딜 수 없다.
백 세모들의 사활도 문제려니와 설혹 산다고 해도 외곽을 에워싼 흑쪽에 상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안된다.
백 62로 안형을 추구할 때 흑 63, 좌상귀를 확실하게 접수해둔다. 이런 여유가, 윤 9단이 승리를 낙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준다.
백 64는 전부터 노려왔던 곳. 흑 65로 빠져 '살려줄 망정 건네주지는 못하겠다'고 완강하게 버티자 백은 슬며시 손을 빼 66으로 끊어간다.
'도남의재북(圖南意在北)'.
좌중앙 흑을 건드리고 있지만 노리믄 우하쪽 흑일단이다. 흑 69를 본 소년은 훌쩍 상변으로 날아 백 70에 철썩 붙여간다. 승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