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성병
기사입력 1996년 04월 23일 15시 36분
`어떤 남자가 성기에서 고름이 흘러나오면 그 나온 것은 부정한 것이다. 고름을 흘리던 사람은 그 병이 나은 경우에 자기 몸이 정하게 되기까지 7일간을 꼬박 기다렸다가 옷을 빨아 입고 흐르는 물에 목욕을 하여야 한다. 8일째 되는 날 그는 산비둘기 두마리나 집비둘기 두 마리를 가지고 사제에게 재물을 드려야 한다.' 이것이 성서 레위기에 기록되어 있는 성병에 걸린 남성의 부정을 벗겨주는 예식이었다. 이처럼 성병은 성경에도 그 내용이 자세히 나올 정도로 태초의 인간과 함께 했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병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병은 무수히 많지만 성병만큼 끈질기게 인간을 따라다니는 병은 그리 흔하지 않다. 같은 전염병이라고 해도 패스트나 천연두처럼 한 시대를 풍미하다가 없어지기도 하지만 임질과 같은 성병은 오늘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성병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성개방 풍조와 성의식의 변화로 평범한 여성들이 성병에 많이 감염되고 있고 그로 인한 합병증이 증가하고 있다. 또 임질과 매독이 주종을 이루던 과거와는 달리 요즈음 여성이 감염되는 성병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여성이 한 번의 성행위로 성병에 걸릴 위험성은 남성보다 더 높다. 성병에 감염되었다 할지라도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모르고 지내는 무증상 환자가 남성보다 훨씬 많으므로 합병증도 더 심각해진다. 여성이 성병에 감염된 후 발생하는 가장 많은 합병증은 골반 감염증이다. 미국에서는 한 해에 약 100만명의 여성이 골반감염증으로 진단되고 있으며 그 원인은 주로 임질균이나 크라미디아 성병균이다. 25세 미만 여성의 환자가 대부분이며 일부는 복막염과 같은 중병으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 외에도 나팔관 이상에 의한 불임, 자궁외 임신, 자궁경부암과 관련이 있는 합병증이 성병에 걸린 여성을 괴롭히고 있다. 물론 이러한 질환은 성병에 의해서만 발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성 파트너가 많은 여성, 위험한 성 접촉을 한 여성, 혼외정사를 한 여성, 동성애 여성 등은 성병의 조기 발견과 합병증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성병의 검진을 받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