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통해도 몸으로 배우죠'
기사입력 1996년 04월 23일 15시 10분
**한국대표와 합숙훈련 유도대표
"주도 들라 꼬레 에 트레봉!(한국 유도 최고)."
태릉 훈련원 유도장에 때아닌 이방인들의 열기가 뜨겁다.
주인공은 남녀 유도대표선수들.
지중해와 접한 북 소국(小國) 는 2002 월드컵 개최지 투표권을 가진 () 집행위원국의 하나.
이에 한국 월드컵유치위원회가 유치홍보활동의 일환으로 선수들을 초청한 것이 방한의 계기가 됐다.
14명의 아프리칸들은 지난 8일부터 매일 2시간씩 한국 유도대표선수들과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유도는 에선 윗자리를 차지하지만 국제무대에 나가면 걸음마 단계를 못 면해 대표선수들의 기량도 한국대표2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
따라서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어깨 너머로 조금씩 곁눈질하던 `신흥 유도강국' 한국의 진면목을 이번 기회에 몸소 체험하게 된 것.
이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남자 86㎏급의 하시샤 스캔더(25).
유도 입문 10년째인 하시샤는 지난 1월 쇼리키컵 국제유도대회 86㎏급서 대학선발을 잇따라 제압하며 우승했다.
지난해에도 오픈(3위)과 오픈(2위)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의 유도 영웅.
때맞춰 연습 파트너가 된 `월드 스타' 윤동식(24.마사회)의 호된 조르기에 혼쭐이 난 표정이지만 잔기술 하나도 놓치지 않고 머릿속에 담아 넣겠다는 눈치다.
세세한 유도 기술만 연마한 것은 아니었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사각의 매트 위에서 손짓, 눈빛 등 생생한 몸말을 통해 한국선수들과 대양을 뛰어 넘는 우정도 움트게 됐다.
한국 남자대표팀의 김창호감독(44)은 "하시샤는 타고난 체력을 갖고 있어 세기(細技)만 가다듬으면 정상권에 육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체육원 소속의 하시샤는 다음달 벌어질 96 예선전 겸한 유도선수권대회
3연패와 올림픽 출전 티켓의 두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참.
하시샤는 "세계 정상의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리게 된 것은 영광"이라며 "이번에 닦은 실력을 무기로 올림픽에 출전, 한국선수와 정식으로 맞붙고 싶다"고 욕심을 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