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기사입력 1996년 04월 23일 15시 09분
**이용민선수의 부인-미소찾은 카레이스키 아내
`한국의 얼음판이 이토록 차가울 줄이야.'
남편을 따라 이역만리 한국땅에 왔다가 냉가슴만 안고 지난 21일 다시 로 돌아간 카레이스키 아이스하키 스타 이용민(27)의 아내 세게브리야코바 옥사나(27).
추운 나라에서 온 그녀지만 공항으로 향하는 마음은 더없이 춥기만 했다.
`할아버지 나라'에서 다 못한 `스틱열정'을 불사르겠다는 남편을 두말않고 따라나서 한국땅을 처음 밟았던 게 지난 94년 12월.
남편이 화려한 스타인 만큼 화려한 생활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푸대접만은 받지 않으리라 여겼건만 그동안 1년4개월의 시간은 실로 눈물샘 마를 날 없던 세월이었다.
`집도 절도 없던 나날들.'
옥사나의 짧았지만 길었던 한국생활은 뚜렷한 거처없이 내내 떠돌아야만 했던 `방랑' 그 자체였다.
옥사나가 남편, 아들 마르크(2)와 함께 처음 둥지를 튼 곳은 외국인 기숙사.
20평 남짓, 다소 비좁은 아파트였지만 그나마도 그때만큼은 안락한 편이었다.
언론, 체육계 인사, 그리고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격려가 잦기도 했지만 그 무엇보다도 기숙사의 인들이 말벗이 되어 준 것이
옥사나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힘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지난 2월28일 를 떠나 김광환 전(前)석탑건설감독 집으로 들어가면서 이러한 낙도 없어졌다.
안방까지도 내주는 김감독 내외의 후덕함이 더없이 고마웠지만 그렇다고 마냥 남의 집에 있을 수만은 없는 일.
하지만 말도 안통하고 길도 잘알지 못해 두문불출할 수밖에 없던 그녀에게 서울은 다름아닌 감옥이었다.
"매일 울음이 끊이질 않았어요. 스트레스 때문에 한국에 와서 5㎏이나 빠졌대요."
2개월여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김감독의 아내 양미희씨의 설명이다.
카레이스키의 아내로서 눈물의 타향살이를 감수한 옥사나에게 행은 미소를 다시 찾게 되는 `기쁨의 행로'가 됐다. 비록 우리는 빛나는 한명의 스타를 잃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