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팅'신세대 유행-마음에 드는 남자 돈으로 산다
기사입력 1996년 04월 23일 13시 55분
**노예매매 본떠 5000원부터 경매방식 진행 **여성은 '킹카'고르기 남성은 공짜미팅 이점 인기 "얘한테 5,000원." "좋아, 그러면 나는 그애한테 1만원."
"더 걸 사람 없어. 그러면 얘는 네가 가져."
젊은이들 사이에 현대판 노예시장이 각광을 받고 있다.
옛날의 노예경매를 본뜬 미팅인 `노예팅'이 유행하고 있는 것.
이는 노예시장에서의 노예매매와 같이 주선자를 포주로 하여 주로 남자쪽이 노예가 되고 여자쪽이 주인이 돼 `킹카'를 두고 경매를 벌이는 것.
노예팅은 여자쪽에서는 돈만 주면 얼마든지 킹카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남자쪽에서는 돈 한 푼 안들이고 미팅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날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노예값은 모두 포주가 챙기지만 일부는 1차 커피값에 보태는 것이 통례다.
일단 노예를 산 주인들은 2, 3차 비용까지 모두 책임지는 게 불문율이다.
노예팅의 백미는 경매에 앞서 벌어지는 노예들의 몸값 높이기 경쟁.
간단한 인사와 자기소개를 마친후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포주의 신호에 따라 경매에 들어가는데 이 과정에서 갖가지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된다.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것은 노예의 기본.
평소에 보디빌딩을 해둔 건강한 노예들은 웃옷을 벗어던지고 `상품성'을 과시하기도 한다.
김모양(22. 3년)은 "서로 잘 팔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노예들을 보면 안됐기도 하지만 통쾌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노예들의 재롱이 시작되면 5,000원부터 시작해 수만원대까지 가격이 붙여진다.
물론 간혹 `주인'들끼리 단합해 싼값으로 낙찰하는 불법 담합경매도 등장하지만 치열한 값올리기 경쟁 양상으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조모양(22.D대 3년)은 "노예팅에 나갔는데 서로 돈내기 경쟁을 벌이다 주머니가 바닥나 아예 윗도리까지 잡혔다"면서 "킹카를 만났을 때는 온 몸을 던져서라도 낚아챌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신세대 남자들 사이에서는 노예팅이 남자망신 다 시킨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모군(22.K대 3년)은 "노예팅이라는 걸 한번 해보았는데 이건 여성의 쾌락을 위해 남자가 희생을 감수하는 꼴이었다"면서 "평소 미팅에서 돈만 내던 남자들이 노예팅에서 만큼은 공짜로 즐기는 이점이 있다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씁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