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승무원이 쓰는-허니문 해프닝
기사입력 1996년 04월 22일 16시 17분
**피로연서 한잔 두잔 마신게 화근
**갈 신랑-신부 서울행 탑승
결혼식날 만큼 기쁠 때가 또 있을까.
주례가 엄숙하게 낭독하는 성혼선언문이 33인 대표께서 발표하던 독립선언문 못잖게 감격스럽게 느껴지고, 처음 대하는 양가 친척들과의 `눈도장'을 찍어가며 사진 찍는 일도 즐거울 수가 없을 것이다.
특히 결혼 뒤풀이로 벌어지는 신랑 신부쪽 `우인(友人)'대표들과의 피로연은 행복의 절정으로 치닫는 잔치다.
잘살아라 한잔, 첫아들 낳아라 두잔, 주변에서 건네오는 술잔을 받다보면 새신랑과 신부는 자신도 모르게 들뜨고 취기가 오르게 마련이고, `허니문 해프닝'도 그 순간부터 발생하는 것이다.
대구를 떠나 서울로 오는 일요일 저녁 비행기에서 생긴 일. 이날 기내에는 김포공항에서 국제선으로 바꿔타고 해외로 허니문을 떠나는 10여쌍의 커플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입술과 입술 사이 간격을 바짝 좁혀가면서 속삭이는 건지 뽀뽀하는 건지 도무지 알쏭달쏭한 이들 신혼 커플들 사이에서 유난히 한쌍이 눈에 띄었다.
술에 잔뜩 취한 신랑과 두뺨이 빨갛게 익은 신부는 `프렌치 키스'까지 시도해가며 찐하게 분위기를 냈다. 서울 시가지로 접어든다는 안내 방송을 하고 난 뒤에도 두 사람은 도무지 떨어져서 안전 벨트를 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부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너무 잘 어울리십니다. 김포에선 어느 비행기로 갈아타십니까? 1청사, 2청사?"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신랑이 게슴츠레한 눈을 크게 뜨면서 "뭐라꼬? 우째 김포고? 우리는 로 갈낀데"하면서 반문했다.
사태를 짐작한 나는 다시 한번 서울로 가는 비행기라고 알려주면서 티켓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자기야, 이거 가는 대한항공 아이라캅니꺼? 엄마야, 큰일났다 안카나."
신부 역시 놀란 토끼눈을 하면서 신랑을 쳐다보았다.
어이없어 하는 두 사람에게 후속 조치를 상세하게 알려주면서 나는 연신 `허니문이 뭐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민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