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것-우리것 구분못해 생긴일
기사입력 1996년 04월 22일 14시 55분
우리는 `우리'라는 말을 써서는 곤란한 상황에서도 마구 쓰는 우를 범하는데, 우리가 잘못 쓰는 `우리'는 소나 돼지의 안방인 `우리'가 아니고 `내것'을 `우리것'이라고 해 버린다는 것이다.
필자 주위에 우리 한국말을 상당히 잘하는 서양사람이 한명있는데 그에게 아내를 소개하면서 생긴 일이다.
"존, 이 여자는 우리 와이프야!"
이랬더니 존 녀석 갑자기 눈빛이 이상해 지더니 "오, 이런 아름다운 여자분이 여러사람의 아내라니요?! 저도 남편 중의 한명이 될 수 없을까요?"
이런 되먹지 못할 놈이 있나! 난 녀석의 면상의 구조를 바꿔 버릴 셈으로 주먹을 치켜 들었는데 순간 내 잘못이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
내가 `내 아내'를 `우리 와이프'라 했더니 `1처다부제'식으로 말한 얘긴데, 사실은 `네것 내것' 이렇게 따지는 것보단 `우리 것'하는 것이 정감이 느껴진다.
지나치게 소유욕이 강한 여자가 있었다.
항상 `내 옷' `내 집' `내 강아지' `내 남편'을 외치며 생활하는데 늘 자기 것임을 강조한다.
함께 산 텔레비전도 채널6과 9는 남편 것, 7과 11은 자기 것으로 구분을 해서 각자 `자기 것'만 보자고 하는 정도며 남편과 치르는 야간행사 때도 여기저기를 만지거나 가르키며 `이거 누구거?' `이건 내거!'를 외치기가 일쑤다.
남편은 처음에 이 여자가 나만을 죽도록 사랑하는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기도 했으나 나중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긴 심해! 언제나 내거 내거 내거…하는 데 제발 우리, 우리것이라는 개념을 갖고 살자구!"라는 말을 단단히 일렀다.
여자는 잠시 놀라는 표정을 짓고나서 한참을 깊게 반성(?)을 하더니 그러자고 했다.
그런 다음날 아침 방안에서 이불을 개던 여자가 화장실에 있는 남편에게 큰 소리로 묻는다.
"자기이! 어젯밤에 내가 벗어 놓은 우리팬티 못 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