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운명(運命)의 장(章)(30)
기사입력 1996년 04월 22일 14시 33분
**"앗 … 당신은 바로 … 이소야? 여인들이었다. 그녀들은 한결같이 냉막한 표정이었고 두 자루의 칼을 각기 차고 있었다.
목엽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 온 여인.
심상치 않았다.
농염한 눈빛은 끈적거렸고 풍만하면서도 육감적인 몸매는 흐늘거렸다. 미부의 자태하나하나는 그야말로 유혹의 덩어리였다.
강호에서 이런 여인을 만나기란 쉽지않다. 그러나 일단 만나서 눈빛만 맞으면 함께 즐기기란 어려운 것도 아니리라.
염정선라(艶情仙羅) 석부용.
그녀가 이런 장소에 등장한 것은 실로 의외였다. 그러나 강호 무림이란 전혀 예상치 않은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 하므로 아주 이상한 것도 아니다.
석부용이 경직돼 있는 장내의 사람들을 두리번 거리며 입을 열었다.
"어느 분이 그렇게 악랄한 수법을 사용한 것이오?"
그녀의 질문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게 튀어 나왔다.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을 아귀가 아니다.
"우리는 구면이 아니오? 당연히 서로 예를 치르고나서 따지고 싶은 것을 따져야 하지 않겠소?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웬 악랄한 수법? 그건 본래 당신의 주특기가 아니었소."
아귀는 지난날 관제묘 앞에서 벌어졌던 비적들과의 싸움을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에 석부용은 얼마나 잔인했던가?
석부용의 눈꼬리가 사납게 떨었다.
"아귀야… 넌 헛소리 말고 검결이나 꺼내 두 손으로 바쳐라."
목엽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변했다.
목전의 여인들이 노리고 있는게 무엇인지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석부용이 찾고자 하는 상대가 바로 자신이란 사실도 알게 된 것이다.
석부용도 눈치가 수준이다.
"귀하가 내 동생을 죽였소?"
지난 밤에 해동검결을 탈취하기 위해 아귀와 목엽을 공격하다가 목엽에 의해서 참혹한 죽음을 당한 은자여인. 석부용은 그녀의 시신을 발견하고 추적해 온게 분명했다.
목엽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소."
석부용은 상대가 순순히 시인하자 오히려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다소 초췌한 몰골의 목엽을 한동안 바라 보다가 갑자기 자지러지는 듯한 음성을 토해냈다.
"앗… 당신은 바로… 이소야?"
그녀는 비로소 목엽의 정체가 떠오른 모양이었다.
이제 놀란 것은 목엽이었다.
석부용이 단숨에 자신의 내력을 간파해 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난 단지 떠돌이 낭인일 뿐이오."
석부용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감추려해도 소용없어요. 난 이미 지난날 당신이 벽천무상검과 결투를 벌이는 광경을 목격했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