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상고 감독 심재균 '제2 섬개구리 만세'연출
기사입력 1996년 04월 20일 16시 28분
**72년 '사치분교 드라마'주역
**24년만에 되찾은 '환희'
"`사치분교'를 기억하십니까?"
24년전인 지난 72년 서울서 벌어진 소년체전 농구경기서 `섬개구리 만세'를 연출했던 그 섬마을 학교다.
전남 신안군의 외딴섬에서 열악한 환경을 딛고 전국대회 준우승을 차지, 전국 농구팬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던 드라마의 주역이 어느덧 감독이 되어 또한차례의 `인간승리'를 연출했다.
19일 폐막된 제21회 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서 목포상고에 창단 10년만의 첫 우승을 안긴 심재균 감독(36).
`섬개구리 만세' 당시 백넘버 7번을 달고 가드로 뛰었던 그는 강산이 두번 이상 바뀐 지금 감독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자신이 선수시절 이루지못했던 우승의 꿈을 달성하자 선수들과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24년이란 세월동안 변한 것은 신안군의 섬에서 뭍으로 진출, `뭍개구리'가 됐다는 점과 선수에서 감독으로 `보직변경'이 이루어졌다는 점뿐.
당시나 지금이나 심재균감독이 처한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식비조달이 어려워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도 새벽부터 야간까지 하루 4차례, 모두 8시간에 걸친 혹독한 훈련을 해왔습니다. 전지훈련은 엄두고 못내고 연습할 상대가 없어 실전경험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우리 것'만큼이라도 완벽하게 만들어내야 서울무대에서 버틸 수 있기 때문이죠."
목포상고 농구팀의 1년 예산은 단 3백만원.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를 비롯 각계 거물들을 대거 배출한 명문학교의 이름을 부끄럽게 하는 액수다.
회에 한차례만 출전해도 2백여만원의 경비가 들기 때문에 감독의 사재를 털지 않고서는 팀을 꾸려갈 수가 없는 형편이다.
신안군 안좌중 광주 충장중 광주고 전남대 사대 체육교육과를 졸업, 지난 85년 교사에 임용된 심재균감독은 불모지나 다름없는 `목포 농구'를 살리기 위해 그동안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여왔다.
다도해와 서해상의 섬을 누비며 장신자들을 찾아나선끝에 김세중(2년.1m95)과 김중길(3년.1m 97)이라는 `진흙속의 진주'를 찾아냈고 농구룰도 모르는 이들을 닦고 또 닦은 끝에 숙원이던 `장신팀 구성'에 성공, 마침내 `기적'과 같은 우승을 일궈낸 것이다.
"그동안 팀해체위기를 숱하게 넘겼습니다. 선수들과 `눈물'은 우승을 한뒤까지 아껴두자고 약속을 했는데 이제 `목포의 눈물'을 목이 터져라 부르며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맘껏 쏟고 싶습니다."
24년전의 바로 그 자리에서 차지한 우승이어서 더욱 감격이 벅찬 심재균감독은 `24년만에 되찾은 미소'에도 목소리는 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