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경륜 아나운서 박관철
기사입력 1996년 04월 19일 15시 22분
`3분을 위해 사는 사람.'
서울 잠실 경륜장에 근무하는 박관철씨(47)는 곧잘 자신을 `3분 인생'이라고 표현한다. 출발 총성이 울리고 선수들이 결승선에 골인하는 3분 동안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에서이다. "하루 12개 레이스가 펼쳐지는 시간은 6시간 정도이지만 실제 중계하는 시간은 30여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휴식 시간에도 선수들의 이름을 외워야 하고 자료를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한시도 방심할 수 없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아나운서의 꿈을 버리지 못하다 경륜이 출범하면서 기어이 그 꿈을 이루고야 만 박씨의 인생은 그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다. 대학시절 CBS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인 `텔레폰 리퀘스트'의 촉탁 아나운서, 공군 복무중인 69년 아나운서 시험에서 면접까지 갔다가 군인신분이라는 이유로 불합격, 군시절 인기최고의 명사회자, 대학 중퇴, H자동차 영업사원, 아나운서직에 재도전했으나 실패, 학력제한으로 아나운서 꿈을 포기하고 회사원 생활, 기계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의 영업담당 이사, 경륜 출범후 미련없이 사표, 그리고 경륜장 아나운서. 그는 고기 맛이 뛰어나고 고기가 타지 않는 석쇠를 최근 발명해 실용신안 특허를 받는 등 지금까지 특허 3개를 갖고 있는 발명가이기도 하다. 로봇을 이용한 무인 청소기, 때 안끼는 세면기 등도 그의 연구 프로젝트 리스트에 들어있다. 하지만 그가 가장 만족하는 직업은 경륜장 아나운서.
경륜장을 찾는 고객이 점차 늘어나고 지난해 경륜 매출이 720억원에 이르는 등 비약적인 신장세를 거듭하면서 자신의 역할에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미성(美聲)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그는 담배까지 끊을 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한 전문 직업인. 그런 그도 정말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선수들이 결승선을 한바퀴나 남겨놓은 것을 착각해 "선수들, 결승선을 향해 마지막 스퍼트를 하고 있습니다"란 멘트를 했다가 선수들이 전력질주하는 해프닝을 연출한 것. "앞으로 다양한 어휘를 개발하고 또 선수들의 전법을 연구해 보다 재미있고 스릴 넘치는 경륜 중계를 할 참입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스포츠 아나운서로 일해보고 싶은 것'이 그의 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