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 수비수변신 '골넣고 싶으면 내 허락맡아라'
기사입력 1996년 04월 18일 16시 10분
**넓은 그라운드에 그물망 펼쳐
**대우1실점 무패행진 이끌어
"썩어도 준치 아닌가?"
대우의 `올드 스타' 김주성(30)이 그라운드에 등장할 때면 늘 하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 김주성에게는 이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팀의 살림꾼으로서 누구보다도 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물 간 스타가 아닌 옛날 그대로의 스타플레이어로 각광을 받을만한 기량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포지션은 스위퍼.
80년대 중반 아시아 최고의 골게터로 군림했던 김주성의 이같은 변신은 지난시즌부터였다.
30줄에 접어들며 상대적으로 스트라이커에 비해 체력 소모가 덜한 수비수로 탈바꿈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야생마' 김주성에 대한 미련이 강하게 남아있던 홈팬들의 성원이 뒷받침됐다.
그러기를 1년여.
갑작스런 `위치 바꿈' 때문에 실수도 많아 한동안 은퇴까지도 거론되곤 했지만 올들어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신임 세큘라라치 감독이 수비하면 무조건 그를 제일 먼저 스타팅 멤버에 올려놓을 정도다.
세키 감독은 16일 벌어진 와의 경기(1대0승)서도 결승골을 뽑아낸 마니치를 제쳐두고 그를 최고 수훈선수로 꼽았다.
"김(주성)에게 가장 적합한 포지션이다. 수비진용이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의 노련한 플레이 덕분이다."
최고의 테크니션으로서 발재간, 경륜 그리고 경기의 흐름을 읽어내는 시야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수비수로서 나무랄데가 없다는게 세키 감독의 평가다.
17일 현재 대우의 성적은 2승3무(승점 9)로 포항에 이어 3위.
5경기서 3득점 1실점 9개구단중 최고의 `짠물 축구'로 5경기째 무패 행진을 할 수 있었던 근원도 바로 김주성이었다.
팀내 최고참이면서도 몸을 사리지 않고 덤벼드는 투지는 분명 무기력증에 빠졌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달라지 모습이었다.
"최소한 2~3년간은 더 뛰어야지요."
최고의 골게터에서 최고의 수비수로의 자리매김을 꿈꾸고 있는 김주성의 마음은 한창때의 `춘삼월'만큼이나 들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