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중화 사자굴서 기사회생
기사입력 1996년 04월 18일 16시 09분
**2번 맡고 '기동력야구'첨병 지난 2월29일, 오키나와현 나하국제공항 출국장. 괴로운 듯 어깨를 반쯤 구부린 채 출국 대기장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선수의 눈에는 한맺힌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1m 70, 68㎏의 작달막한 체격이 이날따라 더욱 안쓰러워 보였다.
87년 입단한 프로 10년생 이중화(32)는 이렇게 선수생활이 끝나는 줄만 알았다.
한때는 빠른발과 정교한 타격으로 한화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핵을 이뤘던 이중화.
그러나 작년 한화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이후 그의 이름은 그라운드에서 사라졌다.
다른 선수같으면 2경기 정도밖에 안되는 7타수 1안타가 작년 성적의 전부다.
시즌말미엔 당연히 정리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그에게도 한줄기 빛이 비췄다.
신임 감독이 부임하면서 재중용의 뜻을 강력하게 비친 것.
백감독은 자신이 펼칠 `기동력 야구'의 첨병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이중화를 적임자로 꼽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일부로 부터 `게으르다'는 지적을 받아오던 이중화는 이때부터 완전히 새사람이 되었다.
마지막 야구에 대한 불꽃을 불사르기 위해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구슬땀을 흘렸다.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도 이중화는 백감독의 신임을 한몸에 받았다.
그러던 2월26일, 실내연습장에서 프리배팅볼을 던져주던 이중화는 후배 최익성이 때린 타구에 맞아 왼쪽 늑골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말았다.
`조기 귀국.'
이중화는 백감독에게 "제발 남아있게 해달라"고 애원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고 꼬이기만 하는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면서 나하공항에 서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40여일이 지난 지금, 개막전 이후 줄곧 삼성의 2번 타자로 출전하고 있는 이중화는 지금의 심정을 `생애 최고'라고 한마디로 말한다.
3경기 타율이 9타수 4안타(0.444)로 팀내 최고.
연봉 3천만원은 고졸 2년생 (4천만원)보다도 못하지만 이중화는 다시는 못설줄만 알았던 그라운드에서 이렇게 뛰고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