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강남일대 '아들낳기 비법'소문
기사입력 1996년 04월 18일 14시 44분
**전통수태법부터 희한한 방법까지 나돌아
**일부 '남아수태약' 판매 약국-한의원서 발생
**유인물도 뿌려 주부들 현혹…의료계선 "부정"
`배란기에만 부부관계를 갖을것', `일을 치르기 20분전에 진한 커피를 마실 것', `부부관계 뒤에는 반드시 왼쪽으로 누워 잠을 청할 것'….
아들을 낳기 위한 정체불명의 루머들이 떠돌고 있다.
서울 강남일대 20~30대 주부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는 이 루머는 "여성의 산성성분이 가장 약해지는 새벽을 이용하라", "부인이 먼저 황홀경에 도달하라"는 등 전통적인 남아수태법은 물론 "여성의 왼팔이 아래로 내려가는 체위여야 한다"는 등 `최신 비법'도 포함돼 있다.
소문은 단순히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기도 하지만 아예 16절지 복사본으로 만들어져 암암리에 퍼져 나가고 있다.
"얼마전 친구로부터 `남태(男胎)를 만드는 조언'이란 제목의 복사본을 받았다"는 이모씨(28.주부.서울 대치동)는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아들을 낳은 친구들 중 상당수가 이 방법을 이용했다는 소식을 듣고 복사본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문의 근원지는 `남아수태약'이라는 한약을 판매하는 일부 약국과 한의원들로 알려지고 있다.
이씨에게 복사본을 준 김모씨(29.주부.서울 영등포동)는 "평소 친분이 있는 서울 아현동의 W약국에서 복사본을 받았다"면서 "이 곳 말고도 대전시 P한의원 등 아들 낳는 비법을 적어 한약과 함께 파는 곳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들 약국과 한의원에서는 약과 함께 10여가지의 섹스 주의사항이 적힌 유인물을 주는데 이것이 강남 일대 주부들에게 복사돼 뿌려지면서 신빙성 있는 루머로 정착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루머에 대한 전문가들의 입장은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반응.
만당한의원(서울 자양동) 문주원 부원장(30)은 "남아수태약은 여성의 몸을 알칼리성에 가깝게 만들어 Y염색체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지만 이들은 혈액의 산성도 검사조차 하지 않은채 조제할 뿐만 아니라 약이 산성인 사람을 알칼리성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을 치르기 전에 커피를 마시는 것도 약간의 이뇨작용만 초래할뿐 성적인 흥분과는 무관하다는 것.
의대 허민 교수(산부인과)는 "아들 낳는 비법은 있을 수 없다"면서 "약을 먹은뒤 어쩌다 아들을 낳은 사람들이 약 때문인 것으로 오인, 소문을 퍼뜨린데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