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에버랜드 - 동물의 왕국도 '세대교체'바람
기사입력 1996년 04월 17일 15시 58분
**교미철 '암컷차지하기' 대권다툼 치열 `구관이 명관이냐, 새 왕좌 등극이냐.' 정치권의 세대교체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동물세계에서도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호랑이, 사자, 곰등 맹수들을 자유롭게 풀어놓아 세력다툼이 치열한 국내 유일의 사파리 용인 동물원.
교미철인 4, 5월을 맞아 암컷을 독차지할 수 있는 `왕좌'를 놓고 대회전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재 사파리 맹수 왕들은 1년 단위로 바뀌던 예전과는 달리 3~4년간 절대권력을 누리며 장기집권하고 있는 것이 특징. 그러나 올해초부터 차세대 대권주자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등 권력 누수현상이 눈에 띄게 늘어 왕위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92년부터 장기집권하고 있는 호랑이왕 호걸(9)은 1~2년사이 몰라보게 성장한 5세짜리 호식, 호구형제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이들 형제는 이미 지난 3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휴식을 취하고 있는 호걸 2~3 앞까지 접근, 무력시위를 벌이고 호걸의 파트너들을 희롱하는등 대권도전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 수모에도 호걸은 별 대응을 하지않고 있어 사육사들은 호식, 호구형제의 무혈혁명 성공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지난 76년부터 12번의 왕이 바뀐 사자의 경우 현재 털보파의 `라이언 킹' (5)이 4년간 집권하고 있는 상태. 무리를 이루는 사자는 파벌을 형성하는데 자파세력을 많이 규합하는 보스가 왕위에 오른다.
그런데 최근 천하(6)가 대권에 욕심을 품고 동조세력을 급속히 늘리면서 털보파 소속 사자들과 잦은 충돌을 일으키는등 대권 전초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90년부터 사파리가 개장된 불곰은 현재 3대 왕인 웅대(19)가 2년간 집권하고 있다. 그런데 웅대에게 패배, 왕좌에서 물러난 2대왕 전돌이(17)가 와신상담한 끝에 최근 재기, 웅대를 만나면 사납게 으르렁거리는등 곧 덤벼들 태세며, 신진세력으로 분류되고 있는 영식(12), 전백이(17)도 웅대가 총애하는 암컷들을 탐내고 있어 발정기가 최고조에 이르는 이달하순이나 내달초쯤 왕위전이 벌이질 것으로 보인다.
사파리 사육사 이용필씨는 "최근 몇년간 왕위전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올해는 잦은 다툼을 벌이는등 사태가 심상찮다"며 "차세대 주자들의 면면을 살펴볼때 호랑이, 사자, 불곰등 모든 맹수사회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