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생명 '1승이 기가막혀'
기사입력 1996년 04월 17일 15시 06분
**창단 첫 실업무대 V문턱 아쉬운 역전패
"1승이 기가 막혀…."
완연한 봄햇살의 기운이 그라운드의 선수들을 환히 비추던 16일 효창운동장-.
96 봄철실업축구연맹전(스포츠조선 후원)이 한창인 축구경기 90분동안 천당과 지옥을 넘나든 사람이 있었다.
한일생명의 신윤기 감독.
올초 태동한 팀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전통의 강호' 과의 예선 4차전서 실업대회 첫승을 노렸으나 보기좋게 역전패, 신생팀의 한계를 곱씹어야 했다.
출발은 좋았다. 휘슬과 동시에 매섭게 몰아친 한일생명은 전반을 기세좋게 2-0으로 마쳤다.
후반들어서도 2분만에 정영현이 2골째를 뽑아 3-0.
승세는 거의 굳어진 듯 했고 한일생명은 의미깊은 1승을 추가하는 듯 싶었다.
그러나 웬걸.
이때부터 "신생팀에 물릴 수 없다"는 자존심으로 맞선 한전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대회 첫 해트트릭을 작성한 오현석이 후반7분, 10분에 추격의 신호탄을 잇따라 쏘더니 16분엔 유호빈이 1골을 추가, 3-4까지 따라 붙었다.
그리고 종료 3분전, 한전은 수비수 김병탁이 중거리슛으로 기어코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어 심판이 호각을 물고 루스타임을 막 끝내려던 종료직전, 이날의 히어로 오현석이 마무리골을 성공시켜 대역전극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한일생명이 창단한 것은 올해 초.
지난 3월의 대통령배대회 예선리그서 를 1대0으로 누르며 기분좋은 마수걸이승을 신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2번째 배재대전서 1-0으로 앞서다 후반에 내리 2골을 허용하며 게임을 내주더니 이때부터 `후반 역전패'의 악연이 시작됐다.
"1승하기 힘드네요."
이날 허탈한 역전패로 어깨를 축 늘어뜨린 신윤기 감독은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지만 눈가에 말라버린 `사나이 눈물'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