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리뷰 > 여인극장 '키 큰 세여자'

기사입력 1996년 04월 17일 14시 51분


## 세여인 통해본 인생의 참의미

`인생은 죽음이 있기 때문에 아름답다.'

극단 여인극장이 국립극장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키큰 세여자'는 인생의 참의미를 보여준다.



리처 상을 3번이나 받은 미국의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의 신작을 극단 대표인 강유정이 무대형상화, 국내 초연하고 있다.



기억상실증과 노망, 무서운 고독감과 정서불안에 휩싸인 92세의 주인공 노파, 그녀의 간호사 겸 말동무 역할을 층직하게 수행하는 52세의 고용인, 그리고 노파의 재정 및 법률에 관한 제반 문제를 다루고 있는 26세의 여자가 등장인물.



이들 20, 50대, 90대의 세 여인을 통하여 한 인간이 지나온 인생의 항로와 그 마지막을 위한 축제를 심리극적으로 터치하고 있다.

인생에서 과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어디쯤일까? 20대는 미래에 있다고 말하며 50대는 현재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90대 노인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죽음이 있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펼쳐보인다.



@@ 백수련-이정희-이현순 탄탄한 연기 볼만

여인극장의 무대는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의 연기가 눈길을 끈다. 우선 지난 90년 카뮈의 `오해' 이후 6년만에 연극무대에 선 백수련의 에너지를 지적할 필요가 있다.그는 수없이 지껄여대야하는 엄청난 대사를 세련되면서도 안정감 있게 묘사, 원작의 의미를 되살려내고 있다.



여기에 에서 서울로 날아온 50대 여인역의 이정희는 20대와 90대 사이에서 차분하게 자기역할을 소화, 극에 안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현순은 20대 여성이 지닌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맛깔스럽게 보여준다.



연출가 강유정은 복잡하고 심리적인 원작이 갖는 의미를, 그동안 그가 연극을 만들어온 정공법을 살려 내밀한 극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다만 극의 분위기를 창조하는 절제와 통제, 정서의 분출 등이 미약, 아쉬움을 남겼다. 22일까지. 오후 4시, 7시30분. 744-3982



< 박용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