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수영 金이규창-사제수업받는 16세 '물개소년'
기사입력 1996년 04월 16일 14시 29분
**대표1년생…선수생활 2년후면 '끝' 종교적 신념은 때로 인간을 바위보다 강하게 만든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고교 졸업과 동시에 사제 수업을 시작한 `시한부 수영선수' 이규창(서울체고 2년)이 금메달을 따낸 것은 `작은 기적'이었다.
이규창은 15일 후아막 옥외수영장서 벌어진 마지막날 남자자유형 1,500m 에서 평소 기록이 자신보다 20초 이상 앞서는 야스이 히사토, 히라노 마사토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이 26년전 아시안게임서 한국 수영에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안겼던 같은 장소 같은 종목에서 아시아 정상에 오른 이규창의 `쾌거'가 기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수영에서는 `뜻밖의 승리'가 좀체로 있을 수 없기 때문.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기온, 30도의 수온에서 수영 경기중 최장거리로 `물속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자유형 1,500m 를 국가대표가 된지 불과 1년이 조금 넘는 신예가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아시아 정상에 오른 것이다.
더구나 히라노는 이규창보다 30초 가까이 빠른 아시아 최고 기록 보유자이고 야스이도 의 간판급 스타.
그러나 구도자의 자세로 경기에 나선 이규창에게는 적수가 되지 못한 것이다.
서울 반원초등학교 5학년 때 55㎏이나 되는 뚱뚱한 몸의 살을 빼기 위해 수영에 입문한 이규창은 꼬마 때부터 가톨릭 신부가 될 꿈을 갖고 있었다.
그의 세례명은 `요셉'.
조오련 이후 처음 나타난 `물개' 이규창은 졸업 후 수영을 떠나 신학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나이를 감안할 때 수영선수 이규창의 `선수 생명'은 앞으로 2년 남짓.
그의 마지막 소원은 애틀랜타 대표팀에 선발되어 올림픽 무대에 서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