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조이권 '황영조가 남긴 교훈'
기사입력 1996년 04월 16일 14시 29분
`마라톤의 영웅' (26)선수의 갑작스런 은퇴를 지켜보는 많은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고 아쉽기 그지없다. 우선은 어쩌면 향후 몇십년간 불가능할지도 모를 올림픽 2연패(連覇)의 꿈이 무산된 것이 너무 애석하다.
가 96에 출전해 우승하리라는 보장은 물론 없다.
그러나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지만 마라톤은 42.195㎞의 긴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특성상 경험이 특히 중시되는 변화무쌍한 종목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섭씨 28도의 무더위속에서 벌어진 92년 8월의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의 은퇴는 우리들게게 더욱 큰 아쉬움을 갖게 한다.
그러나 `우리의 영웅' 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공식은퇴를 선언한채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스포츠는 어디까지나 순수해야하고 룰이 지켜져야 한다"며 "악법도 법인 이상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10년 마라톤 인생을 접는 은퇴의 변이다.
육상연맹의 당초 규정대로 선발전에서 1~3위를 차지한 이봉주 김이용 등 3명이 애틀랜타 올림픽대표이고 자신을 후보로 선발한 연맹의 결정은 룰을 위반한 것이어서 따를수 없다는 것이 의 주장이다.
육상연맹은 선발전에서 예외없이 1~3위에게만 출전권을 못박는 `악법'을 만들었고, 가 불의의 사고로 탈락하자 여론을 의식해 후보라는 배려를 베풀었다.
그러나 는 "후보로 뽑힌 20여일간은 달리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고 실토하고 "마라토너는 스스로의 의지로 출발선을 떠나야 하고 스스로의 능력으로 결승 테이프를 끊어야 한다"며 육상연맹의 후보결정을 단호히 거부하고 은퇴를 결심했다.
스포츠맨 는 페어플레이 정신과 룰을 온몸으로 실천하며 참으로 값진 교훈을 우리에게 남기고 있다.
`법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를 부르짖으면서도 이해타산에 따라 이같은 원칙을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사람들을 향해 무서운 비수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흔히들 현대는 영웅을 원치 않는 시대이고, 영웅의 탄생이 불가능한 시대라고 규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현대적 영웅인 대중의 스타에 대한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마라토너 는 누가뭐래도 이시대 `우리들의 영웅'이다.
이제 선수의 마라톤 2연패 도전의 꿈은 깨어졌다.
그러나 만에 하나 96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상처를 입는 `영웅'이기 보다는 `몬주익의 영웅'으로 우리곁에 영원히 남아 있게 됐음이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 더 아름답다"고 하지 않았던가. 자연인 의 앞날에 더 큰 영광이 있길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