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최용수 - 불효자는 웁니다
기사입력 1996년 04월 15일 15시 06분
`프로는 프로다워야 한다.'
올림픽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가 지난 94년 에 입단한 뒤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간직해온 좌우명이다.
`돈'을 받고 뛰는 프로 선수라면 소속팀에 그만큼 기여를 해야한다는 논리다.
때문에 프로에 입문한 뒤 개인생활은 철저히 접어두고 팀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온 였다.
지난 12일은 그의 아버지(최재천씨94년 사망) 2주기 제삿날.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 다음날인 13일 오후에 소속팀 가 부산 집 인근의 창원에서 현대와 경기를 갖기로 돼있었다.
승용차로 한시간이면 충분한 부산과 창원간의 거리를 고려하면 고집을 부려서라도 제사에 참석한 뒤 경기에 나서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같은 생각도 잠시…. 행여 팀분위기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자 올해에도 마음속으로만 아버지의 명복을 빌기로 했다.
12일 아침, 그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않고 구리숙소를 나와 비행기로 부산을 거쳐 창원에 도착했다.
그날밤을 숙소인 창원 관광호텔에서 뜬눈으로 지새다시피한 는 이틀날 날이 새기가 무섭게 조영증감독의 방으로 달려갔다.
"어제가 아버지 제삿날이었어요. 오늘 경기를 마친 뒤 집에 들렀다가 내일 아침 숙소로 돌아갔으면 하는데 어떻겠습니까."
조영증 감독의 대답은 물론 "OK"였다.
곧 어머니(윤호임씨·51)를 만날 부푼꿈과 필승을 다짐하며 경기에 임했으나 는 현대에 0대1로 패했고 경기후 그는 조영증감독으로 부터 부진한 플레이에 따른 호된 질책을 받았다.
도저히 팀을 벗어날 용기가 없었던 는 13일 밤 선수단과 함께 김해공항을 거쳐 구리숙소로 되돌아 왔다.
"어머니, 불효자식을 용서하세요. 다음달에는 꼭 찾아뵙겠습니다."
"아무 걱정하지 말고 운동이나 열심히 해라."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의 눈가에는 북받치는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송진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