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돈 야구보기 > 이유있는 '타고투저'
기사입력 1996년 04월 15일 15시 05분
한국축구의 호랑이 이회택씨는 선수시절 발동이 늦게 걸리는 선수로 유명했다.
비호와 같은 몸놀림과 함께 특출한 센스를 지녔던 그였지만 전반전에는 항상 죽을 쑤었다.
78년 월드컵 예선전 이란과의 경기 전반전서 제대로 하지 못하자 당시 감독인 최정민씨가 후보선수로 교체했다.
그러자 이회택은 "발동이 늦게 걸리는 것을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항의를 해 신문제목이 `발동 늦게 걸리는 이회택'이라고 나온 적도 있었다.
96 가 지난 13일 개막돼 모두 8경기가 치러졌다.
8경기에서 나온 점수는 모두 81점.
게임당 10.125점이다.
8게임에서 나온 홈런은 13개이고 총 안타수는 135개나 된다.
부산의 롯데-한화전에서 롯데는 무려 21개 안타를 퍼부어댔다.
은 통산 7번째 사이클링 히트까지 기록했다.
타자들이 야구 그라운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선 투수들을 고립무원으로 몰고갔다.
타자들에게 두들겨 맞자 그만큼 많은 투수가 교체 투입됐다.
개막전 4게임에서 29명, 다음날 4게임서 25명 등 모두 54명의 투수가 기용됐다.
게임당 6.75명의 투수가 나선 셈이다.
더군다나 완투를 한 투수는 한명도 없다.
한화의 이 9이닝을 던졌을뿐 나머지 에이스급들은 중간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작년 20승 투수인 의 과 롯데의 은 6 이닝을 던졌고 OB 에이스 도 6이닝을, 해태 싸움닭 도 5 이닝만에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계약금 5억원짜리 투수인 삼성의 최창양도 7회 구원 등판해 2루타 2개등 3안타를 얻어 맞고 주저 앉았다.
이처럼 투수들이 수난을 당하는 것은 `발동이 안 걸린 탓'이다.
투수들이 발동이 늦게 걸리는 것은 투수의 투구 동작은 타자의 타격자세에 비해 훨씬 더 복합적인 운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수들은 여러가지 근육군(群)이 정밀시계의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이어져야 정상적인 투구가 가능한데 지난 겨울 훈련 기간동안 찬 날씨 등으로 근육간의 충분한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6개월동안이나 실전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타자요리 방법도 잊고 있었다는 계산이다.
때문에 단순운동인 타격행위를 하는 타자와 맞닥트린 투수가 열세일수 밖에 없었다.
96시즌을 맞은 야구팬들은 당분간 마운드가 초토화되는 시원스런 홈런및 안타포를 보게될 것이다.
숨막히는 투수전은 투수들이 근육군의 협응능력을 찾는 5월말이 되어야지만 가능하다.
< 야구부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