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쓰는 ML메시지
기사입력 1996년 04월 15일 15시 05분
## '꿈의 무대'서 V벽돌 쌓겠다
꿈같은 열흘이 지나갔다.
지난 2일 정규 시즌이 시작될 때와 오늘의 나를 생각하면 너무도 큰 격랑에 휩쓸렸다가 일어선듯한 기분이다.
7일 갑작스런 마르티네스의 부상으로 구원 등판해 1승을 따내고, 12일 홈구장에서 첫 선발로 나서 다시 1승.
꿈에도 그리던 무대에서의 승리를 두번이나 거둔 것이다.
나도 이제 당당히 선수 대열에 낄 수 있는 것일까.
엄청난 연봉과 하늘을 찌르는 듯한 명성과 인기를 누리는 스타들이 즐비한 의 삶은 그러나 만만치 않게 빡빡하고 힘이 든다.
특히 이번 원정경기는 의 생활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그대로 느끼게 했다.
주 휴스턴은 요즘 날씨도 후덥지근하고 여름이면 몹시 더운 곳이라지만 애스트로돔이 실내구장이라 좀 색달랐다.
마지막날 낮 경기를 치르고 2연패의 부담과 개인적으로 불만족스러운 두번의 구원 등판의 기억을 뒤로한 채 부랴부랴 짐을 꾸려 로 향했다.
경기는 대개 3연전, 가끔씩은 2연전이나 4연전을 치르기도 하는데 마지막 경기는 거의 다 낮 경기로 치러진다.
왜냐하면 대부분 다음날 곧바로 경기가 벌어지므로 경기 후 바로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인데, 미국이란 땅덩어리가 워낙 넓어 비행기로 4~5시간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휴스턴에서 섭씨 25도를 웃돌던 기온은 엣 도착하자 찬 기운이 영하로 떨어졌다.
가 미국에서도 `바람의 도시'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과연 매서운 바람의 기세가 대단했다.
그러나 한국의 추위를 겪어 온 나에게는 오히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정이 가는 찬바람이었다.
그러나 기분만 좋았을 뿐 사실 몸은 몹시 힘들었다.
우선 기온이 30도 가까이 차이가 나니 적응이 쉽지 않은데다, 시간도 와는 두시간이 차이나 자는 시간과 깨는 시간이 금방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저녁이면 잠을 청하기가 아무래도 힘들고, 아침이면 푹 자고 싶은데 걸려 오는 통화들로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그리고 먹는 일도 쉽지는 않다.
아침은 대충 먹고 점심, 저녁은 구장에 가서 클럽하우스에 마련된 식사를 먹는 것이 다반사인데 한국 음식을 먹지 못하니 너무 힘이 들었다.
그래도 요즘은 우리 동포들이 미국 곳곳에 자리를 잡고 식당도 많이 운영하고 있어 휴스턴에서 한번, 에서 두번 한식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은 큰 도움이 됐다.
휴스턴의 섭씨 25도에서 의 영하의 날씨로 그리고 다시 의 초여름 날씨로 옮겨 다니면서 역시 의 삶이 쉽지는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이 모두를 이겨내야 를 이길 수 있다.
18일 전의 원정승리를 위해 자이언츠 타자들에 대한 공부를 시작해야겠다.
< 15일밤 다저타운 508호실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