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 아… 황영조
기사입력 1996년 04월 13일 15시 30분
`몬주익 언덕의 영웅' (26.)가 오는 15일 공식은퇴를 선언한다.
은퇴 결심의 원인은 지난달 24일 경주서 벌어진 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근육통과 발바닥 부상으로 2시간25분45초로 29위에 그쳐 3명이 출전하는 올림픽 대표에 선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육상연맹에서는 그를 후보선수로 선발, 이봉주 김이용 중에서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그를 대리출전 시키겠다고 발표했지만 는 이를 단호히 거절한 것이다.
는 "내가 후보선수에 선발됨으로써 주전선수 3명이 부상을 우려해 힘든 훈련을 기피할 최악의 경우 한국 마라톤이 올림픽에서 `노메달'의 수모를 겪을지도 모른다는 스스로의 판단 때문"이라고 은퇴 배경을 설명했다.
고뇌끝에 내린 26세 마라토너의 결심은 원칙적이고 건전한 판단임은 부인할 수 없다.
두번씩이나 발바닥을 갈라가며 올림픽 2연패에 대한 집념을 불태웠던 그이고 보면 은퇴의 아쉬움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지난 20여일은 달리기 보다도 더 고통스런 나날이었다"는 말이 그의 고뇌를 잘 나타내고 있다.
지난 90년 그가 셰필드 유니버시아드서 승전보를 전했을땐 유난히도 더웠던 그해 여름이 시원했다.
92년 8월 바르셀로나 올림픽은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찰거머리 처럼 달라붙던 의 모리시타를 제치고 몬주익 언덕을 줄달음 치며 올림픽 금메달을 딸때 만세를 부르지 않은 국민이 없었다.
94년 땅 에서 벌어진 아시안게임서 다시한번 의 하야타를 따돌리며 금메달을 목에 걸땐 우리의 한(恨)까지 풀어줬다.
그런 그가 4년을 절치부심 준비해 왔던 애틀랜타 올림픽을 100여일도 남겨놓지 않은 지금 충격의 은퇴를 결심하게 된 것이다.
한국최고기록 보유자인 에게 그가 달린 8번의 레이스중 단한번의 실패로 `불가피한 은퇴'를 결심하게 한 우리의 주변 상황을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육상연맹은 가 완벽한 마라토너이길 바랐고, 많은 국민들은 너무 큰 짐으로 그를 옭아맸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제 무엇이 `영웅 '를 위한 길인가를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