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의 초야
기사입력 1996년 04월 13일 15시 19분
30대 초반의 남성이 침울한 표정으로 클리닉에 찾아왔다. 부인도 함께 였다. 얼마전 친지로부터 소개 받았던 터라 상황은 대충 들어 이미 알고있는 상태였다.
이 남자는 약 8년전 뇌막염을 앓은 적이 있었다. 그후 운동신경 장애가 후유증으로 남아 하반신 마비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배설기능 즉 배뇨, 배변 그리고 발기-사정능력 손실이 특히 더했다.
갖은 노력끝에 운동장애는 많이 회복되었으나 배뇨기능과 발기-사정기능은 큰 차도가 없었다.
뇌막염을 앓기전부터 사귀던 여성으로부터는 모든 것을 같이 할테니 한사코 면사포를 올리자면서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해왔단다. 처음엔 모든걸 없었던일로 하자며 결혼을 미뤄왔던 그도 그녀의 지극한 애정에 탄복, 결국 결혼을 하게 되었다.
발기불능상태인 그가 초야를 치를 수 없음은 물론이었다. 모든 사실을 알고 결혼을 청했던 신부로서는 각오한지 오래됐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남자의 심정이야 오죽했겠는가. 결혼직후부터 남자는 알게 모르게 온갖 노력과 비방(?)을 백방으로 찾아 헤맸다.
그러나 결혼 5년이 되는 오늘까지 동정을 떼지 못한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얼마전부터는 부인으로부터 "우리…, 애라도 낳을 수 없을까요?" 어떻게 해서라도 아이를 갖고 싶다는 여자의 소박한 소망이었던 것이다.
남자 역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럴 수록 더욱 위축될 뿐이었다고 했다.
혈액검사, 음경해면체 확장제 반응검사, 리지스캔, 도플러 그리고 신경검사 등 각종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뇌막염을 앓아 신경장애 후유증으로 발기부전상태가 된데다가 그때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임포텐스가 된 것으로 보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신경장애는 거의 나아갔으나 그동안 병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자신감 결여가 임포를 만든 셈이었다. 강제적 음경해면체 주입과 더불어 진공압 발기유도 방법을 채택하여 인공발기를 일으킬 수 있었다.
신기한(?) 광경에 부부는 흥분되어 둘이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보였다. 옆에 누가 있는지 체면은 간데 없었다.
이튿날 그 부부가 찾아왔다. "7년만에 초야다운 밤을 지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부부에 대한 치료는 계속되었다. 약 3개월뒤에는 약물이나 기구의 도움없이도 자력으로 부부 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이제야 진정으로 초야를 보내게 됐구나…' 필자는 그 부부의 앞날에 축하를 보냈다.
< 정양수·정 남성클리닉 원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