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조영 2단 ●천풍조 7단 2차예선 결승

기사입력 1996년 04월 12일 15시 47분


##백94 "이겼습니다" 힘찬 날갯짓 제 7 보 (75~94) = 바둑은 한수 한수 타당한, 최선의 길을 찾는 필연성에 의거 하지만 바둑판에 놓이는 그 한수 한수는 철저하게 대국 당사자의 자유의지에 따른다. 그래서 `바둑은 필연과 자유의 격투, 또는 유희'다. 바둑의 본질을 꿰뚫은 이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명구는 종로 관철동의 기인중 한사람이었던 고 민병산 선생의 말. 자유와 필연의 격투. 모든 착점은 철저하게 대국 당사자의 자유의지에 따르지만 어느 하나의 착점이 필연성으로부터 크게 일탈하는 순간 발생하는 준렬한 결과 역시 대국 당사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흑 75는 패착. 그냥 흑 1로 참아두어야 했다. 이곳은 좌변을 지키는 요소인만큼 `선치중 후행마'의 격언과는 별개의 장면이다. 그러면 다음 백 2의 자리나 B의 자리가 빛나는 한 수가 됨직하다. 백이 웅크리지 않는 이상 흑 A로 치중할 기회는 앞으로도 많다. 만일, 흑 1 다음 백이 A 부근에 웅크려서 형태를 정비하면 그때는 흑 B쯤으로 지켜 앞길이 먼 바둑이다. 이제는 기호지세(騎虎之勢)다. 흑 75, 백 76 이하 흑 91. 두 기사는 호랑이 등위로 올라탄 채 험한 산골짝을 단숨에 내달린다. 흑 93까지 가시덤불을 헤치고 나와 보니 결과는 역시 참담하다. 쓰라린 빵때림을 두번이나 허용하면서 30집 가까운 좌변 본진을 쑥밭으로 만들어놓고 얻은 것이라고는 백(△) 넉점뿐. 그나마 활용당할 `뒷맛'까지 남아 있다. 백 94. `이겼습니다'하며 창공으로 힘차게 날아오는 한 마리의 수리매다. 이를 빤히 쳐다보고만 있을 흑의 다음 작전이 사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