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미진 - 소설 '우리는 호텔 캘리포니아로 간다'
기사입력 1996년 04월 11일 14시 22분
## "인간은 현실이란 방의 포로"-떠난다는 것은 결국 떠난 거리만큼 다시 돌아 와야 한다는 거야. 인간이 진짜로 떠날 수 있는 곳은 죽음의 땅뿐이야.-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아무리 멀리 떠나려 해도 인간은 자기 자신만은 꼭 데려가야 한다는 거야. 죽음도 결국은 마찬가지지. 현실로부터 자기를 데려 가는 일이라고.
작가 김미진의 소설 `우리는 호텔 로 간다'(민음사 간).
"갈등은 작품을 낳는다. 그림으로, 소설로. 늘상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제자리에 있을 뿐이다."
이 소설에는 실수로 친구의 눈을 멀게한 한 기타리스트의 인생역정이 담겨 있다. 아노미 현상으로 미국을 도피처로 택하지만…. 이 세상 어디에도 도피처는 없었다.
김미진은 퍼즐맞히기를 연상하는 다중화자 기법을 원용하고 있다. 또한 `그' `그녀' `너' `나'라는 인칭대명사를 각 부의 제목으로 달고 있다.
호텔 의 투숙객들은 바로 우리다. 호텔은 체크인만 있을 뿐 체크 아웃은 없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호텔-인간의 굴레를 벗어 날 수는 없다. 우리는 모두 갇힌방에서 울고 웃다 쓰러질 뿐이다.
"역사는 사소한 것들로 채워진다. 조그마한 실수가 한 인생을 어떻게 반전시키는지를 말하고 싶었다."
-…호텔 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사랑하는 사람들/…우리는 스스로 포로가 되었답니다/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내가 도망가려고 서 있던 겁니다/출입구를 찾고 있는데 야경꾼이 `침착해요'라며 소리치더군요/그리고 이렇게 말했어요/우리는 당신을 맞이 했죠/당신은 이곳에서 아무때나 체크인 할 수 있어요/그러나 결코 여기에서 나갈 수는 없답니다.
김미진. 63년 서울 태생. 서양화가. 단국대 강사. 작품으로 `가 있다면'등. < 서병욱 부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