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조영 2단 ●천풍조 7단
기사입력 1996년 04월 10일 16시 10분
(49∼70) = 즉각 차단을 시도하고 나선 흑49가 한 템포 빨랐다.
리듬의 변조
천7단은 지금까지 줄곧 온건한 동작으로 지휘봉을 움직여 왔다.
우하귀의 화음도, 좌상쪽의 협주도 안단테(천천히 느리게), 칸타빌레(걷는 속도로 천천히)였다.
그러다가 문득, 격렬한 변주곡(變奏曲)을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갑자기 알레그로(빠르게), 알레그리시모(강장 빠르게)를 외친다.
흑 51, 53, 55로 오선지 빠른 음표의 주문처럼 주르륵, 내려앉더니 이번에는 57, 59
포르테(강하게), 포르티시모(아주 강하게) 기어이 차단공격이다.
흑 69까지 차단공세의 부가가치로 하변에 제법 그럴듯한 터를 잡았지만 검토진은 내내
못마땅한 표정이다.
‘흑 49로는 먼저 67의 곳으로 다가서야 했다’는게 검토실 소장파들의 주장.
우선, 백 62 한방을 얻어 맞은 것이 언짢고 우격다짐으로 차단, 중앙으로 내몰기는
했지만 66, 70으로 품을 넓힌 백일단은 과히 시달릴 형태가 아니다.
게다가 백 70은 좌변 흑의 응수를 강요하고 있다.
뭔가 받아주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백‘가’, ‘다’로 이단 젖혀갈 기세인데.
검은 월요일, 참패 소식.
지난 6일 가볍게 2회전에 진출했던 한국의 , 양재호 9단, 시드 유창혁 7단이 8일
2회전에서 모두 밀려났다.
미국대표 선발전에서 ‘푸른눈의 사무라이’마이클 레드먼드 7단을 꺽고 의 본선무대로
뛰어 올랐던 차민수 4단도 1회전에서 ‘관서의 별’유키 8단을 잡아
기염을 토했으나 2회전에서 중국의 1인자 마샤오춘 9단에게 패퇴.
한국은 전원 탈락에 가까운 고배를 마셨으나 1인자 이창호 7단이 중국의 네웨이핑 9단을 꺽고
3회전에 진출, 대회 우승에 한가닥(그러나 가장 강력한)희망을 남겨 놓았다.
이번 대회 최대화제는 70 고령으로 출전한 후지사와 9단, 2회전에서 서봉수 9단을 뿌리치고
올라온 중국의 차오다완 9단을 꺽고 3회전에 올라 ‘사라지지 않는 노병(老兵)’의 신화에
다시 불꽃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