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 - 시련의 나날
기사입력 1996년 04월 09일 15시 20분
## 출장 정지에 대표팀 탈락까지 `아픈만큼 성숙해진다.' 현대 김병지(26.GK)가 국가대표 탈락과 무기한 출전정지의 충격에서 벗어나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지금까지 자신을 지배해온 스타의식을 훌훌 털어 버리고 성실한 선수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김병지는 지난 9일 대표팀 탈락 소식을 들었지만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잇달아 찾아온 불운이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병지는 지난 2일 고재욱 감독으로부터 무기한 출전정지를 받은 뒤 축구인생을 새로 그린다는 약속을 자신과 했다.
변화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급기야 지난 6일에는 애지중지 하던 꽁지머리를 싹둑 잘라버렸다.
자신도 모르게 흐르던 눈물을 애써 감추며 다시는 악운을 맞아들이지 않겠다고 수십번 다짐했던 것.
요즘 김병지는 모든 것을 잊고 하루라도 빨리 출전정지의 족쇄를 풀기 위해 훈련에만 매달리고 있다.
최인영 GK트레이너를 졸라 과외수업을 할 정도로 적극성을 보여 고감독의 신뢰를 점차 회복하고 있다.
고감독은 "충격이 상당했을 텐데 잘 극복하는 것을 보니 역시 좋은 선수"라며 머지않아 를 해금하겠다는 암시를 했다.
의 최우선 과제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것이지만 후배 GK 서동명의 패기 어린 도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4년간 지켜온 팀의 터줏대감 자리마저 내준다면 재기 불능의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많은 까닭이다.
"누구에게나 시련은 있는 법이다. 이제부터는 성실한 선수라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
김병지는 그라운드에서 성실한 플레이를 보이기 위해 `해금의 날'만 기다리고 있다. < 임진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