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명 작가전’첫 초대작가 고 박석호 화백
기사입력 1996년 04월 09일 15시 09분
##‘나만의 화풍찾기’ 30년 황소걸음 한원(寒園) 박석호 화백(1919~1993). 뛰어난 예술적 역량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그의 예술세계가 음 격적으로 발굴, 재조명된다. 예술의 전당이 올해 새로 마련한 `재조명작가전'의 첫초대작가로 선정된 것. 12일부터 5월 1일까지 예술의 전당 미술관 1,2전시실에서 선보이는 그의 작품은 3백50여점. 유화, 수채화, 데생 등이 망라돼 있다. 예술의 전당 큐레이터 채홍기씨는 "원로작가전을 열면서 당대의 부족한 안목으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작가들을 발굴할 필요성이 절실히 대두됐다"고 이 전시회의 취지를 설명한다. 박화백은 부와 명예는 물론, 어떤 작풍이나 시속에도 구애받지 않고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개척했고 70~80년대를 서민들의 삶을 화폭에 담는 것으로 직시했다. 즐겨그린 항구 배 어시장 개펄 등은 우울한 색조들로 채색돼있다. 그런가하면 `한국인 나름의 사상과 철학으로, 우리 본질에 적합한 공부를 해야한다'는 신념대로, 서양석고 데생의 관례를 깨고 한국인의 모습을 닮은 경주 남산 불상과 등을 데생한 점도 눈길을 끈다. 박화백과 두터운 친분을 나눴던 조각가 김영중씨는 "그는 `미술계의 호메이니' 라는 별명처럼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끈질기게 작업을 했다"고 회고한다. 충북 옥천 출신. 독학하다 28세에 앙데팡당전에 출품, 미술협회상을 받았으며, 김중업, 남관에게 사사했다. 홍익대 1회 졸업생으로, 홍대교수에 임용돼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았으나 학교의 부당한 인사행정에 반발해 사직서를 낸후 재야화가의 길을 선택했다. 재야작가 30년의 삶을 화업에만 전념하며 살다간 그는, `서양 사조를 모방하는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독창적인 화풍으로 한국미술의 새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새롭게 받고 있다. 580-1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