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개인종목 첫 4회연속 올림픽 진출 - 김태우
기사입력 1996년 04월 09일 14시 07분
## 고열 - 목통증 이겨낸 '정신력 승리' 올림픽 4회 연속출전의 대기록을 세운 `황소' 김태우(金泰雨·34·주택공사). 단 한번이라도 올림픽무대를 밟아보기 위해 애를 쓰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꿈을 포기하는 수많은 스포츠스타들을 생각하면 이 기록은 개인의 영광이자 한국스포츠가 국제무대에 내세울수 있는 자랑거리임에 틀림없다.
이는 또한 그가 40도를 넘는 고열(高熱)과 악몽과도 같은 목의 통증을 이겨내고 일궈낸 `인간승리'이자 `정신력의 개가'이기도 했다.
- 얼마나 아팠습니까.
▲ 이곳으로 출발하기 열흘전인 지난달 24일쯤부터 목이 붓고 갈라지는 듯한 통증이 오더군요. 목이 너무 아파 음료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5일 동안이나 한 잠도 못잤습니다. 출발하기 전날에는 열이 42도까지 올라 대회참가를 포기할까도 생각했습니다.
목의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아스피린을 너무 많이 먹어 아마 우승을 했다면 도핑테스트에 걸렸을 겁니다(웃음). 도핑검사를 받지않는 4위에 머문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던 셈이지요.
- 이번 대회를 앞두고 준비는 얼마나 했나요.
▲ 4위안에 들지 못하면 20년 레슬링 인생자체가 끝난다는 생각때문에 정말 운동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지난 겨울에는 태릉선수촌에서 불암산까지 매일 같이 러닝을 해 감독선생님으로부터 지구력도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지요.
뜻밖의 통증만 없었다면 최소한 4위보다는 낳은 성적을 올렸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 가장 힘든 상대는 누구였나요.
▲ 한 경기 한 경기가 모두 힘겨웠지만 그중에서도 3~4위전 진출자 결정전에서 만난 중국의 바트뭉쿡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건방진 얘기같지만 그 선수는 제가 평상시 컨디션이라면 2분이내에 경기를 끝낼수 있는 상대인데 몸이 아픈데다 심적인 부담까지 겹쳐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한 가운데 제일 힘든 경기를 했습니다.
경기를 마친 뒤에는 앞을 가눌수가 없어 한참동안 매트위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 지금까지 누구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을 달성한 감회는 어떤가요.
▲ 올림픽에 몇번 나갔다는 생각보다는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한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일념으로 생활해 왔습니다. 너무 기쁩니다.
< 샤오산(蕭山)=김석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