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도둑 요절복통 인터뷰
기사입력 1996년 04월 04일 17시 00분
지금 이 땅에서는 참으로 희한한 재판이 열리고 있다.
전직 왕 두사람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서서 12.12, 5.18 등 썩
복잡하지도 않은 산수문제를 푸느라 끙끙대고 있는데 몰라서 그러는지
일부러 그러는지 답을 바로 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답하기 거북하면 방금 전 일도 깜빡 잊는 데 16, 17년전의 일을
어떻게 기억하냐고 그러며 어떤 것은 마구 궤변을 늘어 놓고 있는 모양이다.
궤변은 이런 걸 말한다.
독재국가는 대개 언론의 자유가 없는데 한 독재국가의 백성이 통치자에게
"우린 말을 제대로 할 자유가 없어요"라며 따질 때 "이 무식한 자야,
너 지금 자유가 있네 없네 마구 말하는 자유를 누리고 있잖아!"라는
대답을 듣는 것이다.
아무튼 1803(노)과 3124(전)가 가는 곳엔 오리발이 남아 나질 못하고 있단다.
나중에는 수영할 때 쓰는 고무오리발까지 내밀지 모르겠다.
거물급의 흉내를 내는 것일까. 요즘 좀도둑들까지도 뻔뻔스럽게
철판을 깔고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와 한 도둑과의 인터뷰를 들어 보시라.
기자: 도씨!
도둑: 양상군자라 이르시오!
기자: 왜 훔치구 그래요?
도둑: 빈부의 격차를 없애는 작업을 할 뿐이오.
기자: 혼자 일을 하시던데...
도둑: 이 세상에 믿을 놈이 어딨습니까?
기자: 이번엔 얼마나 훔쳤죠?
도둑: 계산이야 당신들, 기자가 잘 하던데 뭘!
기자: 자녀들이 아버지의 직업을 뭐라 하나요?
도둑: 귀중품 이동 판매사.
기자: 일년내내 일하지 않고 휴가도 있겠죠?
도둑: 잡히면 그날로 휴가에 들어 간다우.
기자: 가장 슬펐던 때는 언제였나요?
도둑: 훔친 물건 가지고 오다가 만원전철서 소매치기 당했을 때.
기자: 그때 심정은?
도둑: 죽일 놈이라는 생각이 들대요!
기자: 마지막으로 한 말씀....
도둑: 직업에 귀천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