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통신 ID도둑 활개
기사입력 1996년 04월 03일 16시 45분
**이름-주민등록번호 도용…피해확산 **채팅중 마구잡이 음담패설…사용료 안내 "귀하는 사용정지중이니 가입할 수 없습니다."
PC통신에 가입하기 위해 통신에 들어가 가입신청을 하려했던 회사원 김모씨(29)는 황당했다.
컴퓨터통신에 처음으로 가입하려고 했던 것인데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했더니 사용정지중이라는 게 아닌가.
너무 기가막혀 그 통신업체를 찾아간 김씨는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사용정지 이유가 대화방에서의 채팅중 음담패설을 일삼았다는 것.
"놀랄 수밖에요. 누군가 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도용, 파렴치한으로 만든 것이니까요."
컴퓨터 통신이 일반화되고 있으나 회원가입이 PC통신을 통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만 밝히면 확실한 확인절차도 없이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의 ID를 도용하는 사례가 급증,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남의 ID로 컴퓨터 통신에 가입한 뒤 음담패설을 일삼는다든가 사용료를 내지 않아 선의의 피해자들에게 경제적 부담마저 가중시키고 있다. 양모군(23Y대 3년)은 "음담패설이나 몰상식한 행위로 사용정지 됐을 경우 다시 가입한다는 것은 어렵다"면서 "PC통신의 음담패설에 맛을 들인 마당에 남의 ID를 몰래 훔쳐서라도 다시 가입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민혜씨(27.여.회사원)는 "컴퓨터 통신업체로부터 사용료를 내라는 지로용지가 날라와 알아보니 2개월이나 연체돼 있었다"면서 "컴퓨터통신에는 가입한 적도 없는데 이 무슨 꼴이냐"고 불쾌해 했다. 이들 ID도둑들은 회사의 동료나 친구가 대부분이지만 정보화사회이니만큼 남의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를 대량으로 입수하기도 한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얘기. 최창윤씨(31회사원)는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누군가 몰래 사용하고 있지 않나는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사회가 된 것 같다"면서 "이런 ID도둑들도 문제이지만 이런 피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근복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