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규 7단 ●이창호 7단 = 2차예선 결승
기사입력 1996년 04월 01일 18시 13분
제7보 (49∼66)=백(전보 백 48)가 팽팽한 호각의 균형을 깨뜨렸다.평범하게 의 백 1로 꽉 막고 이하 백 11까지 무난한 길을 밟았으면 아무 이상이 없을터.차후 백 A로 붙여가는 삭감수단도 남아 백이 나쁠 이유가 없다.의 백 7때 흑 8로 넘지 않고 의 흑 1로 젖혀오면 어떻게 될까.우선 침착하게 백 2로 빠져 흑의 연결을 차단한다.다음 흑 3에 백 4로 버티면 흑은 5로 살지 않으면 안된다.그때 백 6으로 받아쳐 충분한 그림.백은 어쩌자고 평탄한 길을 외면하고 변화를 자초한 것일까.백에서 심리적 동요가 엿보인다.지금까지 김덕규 7단은 '1인자에게 한수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침착하게 국면을 이끌어 왔다.승리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는 얘기다.마음의 평정을 유지한다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일까.좌하귀가 승부의 기로임을 자각하는 순간 거울처럼 잔잔하던 마음에 파문이 인다.'이 접전에서 최소한의 이득이라도 끌어낸다면 1인자 이창호를 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강렬한 욕망.백 48은 '목이라도 태울 듯 뜨거운 승부의 갈증'을 견디지 못한 몸짓이다.하긴 승리의 희열을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프로에게 승부욕을 버리라는 말처럼 어려운 주문도 없을 터.검토실의 예상에 없던 백 48 이하의 변화.흑은 좌하귀를 송두리째 품어 안았고 백은 그 대가로 좌변 흑의 본진을 깨뜨렸으나 이 격렬한 바꿔치기는 백의 손해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