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국'맛대결' 형제끼리'맞대결'
기사입력 1996년 03월 26일 15시 49분
## 청진동 청진옥-청일옥 최창익-창혁씨 13년째 '선의의 경쟁' 한골목 두 형제의 대(代)이은 맛자랑. 해장국 골목으로 통하는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는 청진옥과 청일옥이라는 비슷한 이름의 해장국집이 있다.
형인 최창익씨(61)가 경영하는 청진옥과 동생 창혁씨(52)가 주인인 청일옥은 당연히 한뿌리.
형 창익씨는 지난 37년 아버지 동선씨(87년 작고)가 개업한 청진옥을 물려받았고, 동생 창혁씨는 84년 맞은 편 가게를 인수해 청일옥이라는 간판을 내걸며 독립했다.
맛의 차별화도 확실하다.
청진옥은 전통방식대로 대창을 많이 넣어 기름기가 넘치지만 청일옥은 콜레스테롤을 걱정하는 세태에 맞춰 담백한 따로국밥을 간판메뉴로 한다.
일일연속극 `며느리삼국지' 제작팀은 소품으로 쓰는 해장국을 `당연히' 청진옥에 주문해 요즘도 녹화 때마다 30그릇씩 배달하고 있다.
시내 한복판에서 새벽음식을 판다는 특징 때문에 문인 언론인 경찰 정치인의 거의 대부분이 지난 59년 동안 이 집을 들렀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게 최씨 형제의 자랑이다.
대통령은 경호 문제로 청진옥 해장국을 배달시켜 먹었고, 대통령은 가끔 청일옥을 들렀었다고.
지난해 선거 때는 후보가 청진옥에서, 후보가 청일옥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대통령이 가지 않는 집이 매상은 훨씬 많이 올라요. 두집 가운데 한곳에는 경호원들이 많이 가거든요. 정치인들이 조찬회 하는 날은 손해예요. 취재기자 사진기자 할 것 없이 먹지 않을 사람이 가게를 메우기 때문이죠."
물론 두집 모두 `원조'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그러나 원조 다툼과는 달리 두 형제의 우애는 각별해 창혁씨는 청진옥 2층에 있는 형의 사무실에서 살다시피 한다.
두집 종업원들도 "큰집", "작은집"으로 부르며 갑자기 떨어진 재료가 있으면 건너편 가게로 부리나케 달려가곤 한다.
2대에 걸친 해장국의 역사는 이제 3세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창혁씨의 차남 성주군(용인대 3)이 지난해 조리사 자격증을 따 가업계승의 준비를 마쳤고, 창익씨 역시 막내아들이 맡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시골장터의 장국밥에서 출발해 이제는 서양의 외식산업에 맞선 해장국은 청진동에서도 사양길을 걸어 전문업소는 몇 곳 남지 않았지만 `최씨 고집'으로 뭉친 이들 형제는 오히려 맛을 찾아온 손님을 연중무휴로 맞고 있다.
<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