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조씨 유작전-대표작 50여점 출품
기사입력 1996년 03월 23일 14시 56분
**기하학적 추상의 세계 '한눈에' 기하학적 추상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작고작가 이승조씨(1941~1990)의 유작전이 마련됐다. 4월10일까지 갤러리 현대(734-6111)와 토탈미술관(379-3994)에서 열리는 이 유작전엔 대작 위주의 이씨 대표작 50여점이 출품돼 이씨가 일관되게 탐구했던 기하학적 추상의 원형을 잘 보여준다.
이씨의 작업은 실제로 파이프 통을 보는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정교한 기하학적 추상을 일관되게 추구했다.
색을 달리 입혀 둥근 파이프의 입체감을 만드는 직사각 띠를 엄격한 비율과 정교한 구성으로 무수히 반복시켜 마치 파이프 조각이 엄격한 질서에 따라 줄서있는 듯한 기하학적이고 옵티컬(optical)한 추상을 펼친 것.
감정에 창작을 내맡겼던 앵포르멜(Imformal)의 한계를 이성과 엄격한 평면구성으로 극복하려했던 이씨의 이같은 시도는 회화의 요건에 대한 집요한 탐구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회화가 현실을 흉내내는 역할을 근본적으로 포기한채 이씨는 명쾌한 형태, 색띠의 색대비, 엄격하고도 정교한 구성, 수직과 수평의 강렬한 대비와 시메트리(균형) 등 회화 만이 갖고 있는 것들로 회화 만의 순수한 표현을 창출하려 한 것이다.
미술평론가 이일씨는 "이씨의 작업이 조형의 기본 원리인 규칙적인 반복의 질서를 통해 `자기환원적' 추상, `탈회화적 추상'의 세계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현대미술운동그룹 `오리진'의 핵심멤버로 활동하면서 현대미술의 이념을 전파하는데도 앞장섰던 이씨는 `국전'의 문제를 과감하게 건드리는 등 꼿꼿한 화가의 자세를 보이다가 50세때 숙환으로 별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