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한,중전 축구 엉터리 중계
기사입력 1996년 03월 22일 17시 17분
**시청자를 골렸다. 그것은 `바보상자'였다. 21일 밤 애틀랜타 올림픽 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를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본 국민들은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TV가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바보상자로 둔갑해 버렸기 때문이다.
와 SBS는 위성을 이용한 실황 중계방송을 했는데 후반전 14분만에 돌연 중계를 끊어 버렸다.
는 전반전 상황을 그림으로 보여주었고 SBS는 텅빈 운동장과 관중석만을 비친 화면을 내세워 라디오식 중계를 했다.
더군다나 TV 중계방송에 익숙한 양사의 아나운서들도 라디오식 중계를 하자니 많은 무리가 따랐던 것도 사실이다.
사실 이번 예선전은 2002년 월드컵 유치문제와 맞물려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벤트였다.
더군다나 아라비아와 카자흐스탄과의 1~2차전을 불안하게 이끌던 한국이 중국전에서 연속골을 터뜨려 2대0으로 앞서자 국민들은 최고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렇게 신나하며 TV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갑작스럽게 정상적인 화면이 나오지 않자 의아해 했고 `현지 위성사정'이라는 자막만을 보며 바보상자로 변해버린 TV를 통해 라디오중계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사태는 우천으로 인해 경기가 1시간정도 늦게 시작됐고 이에 대비한 사전계약이 없자 미국의 통신위성사인 인털셋에서 당초 계약된 시간에 위성 공급을 중단하면서 일어났다.
방송사 측에서는 "축구경기 90분과 함께 여유분으로 50분을 더 잡아 놓았는데 경기가 늦어지는 바람에 이같은 사태가 발생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설득력이 없는 해명이다.
중계방송이 중단된 뒤 정확히 29분만에 다른 위성을 잡아 정상적인 방송을 재개했다.
물론 경기가 끝나는 시간 즈음해 방송을 재개한 것은 상당한 노력이 뒤따랐을 것이다.
그렇다면 1시간이 늦게 경기가 시작된 이후 파행방송에 대비한 어떤 준비를 했는지 궁금하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미디어 서비스 코리아에 따르면 두방송사 합해 시청률이 55.3%라고 밝혔다.
전국민의 절반이상이 중계 방송을 보았다는 결론이다.
많은 전력을 소비하면서 눈과 귀를 충족 시켜주는 TV가 아닌 라디오를 듣는 국민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사과보다는 보다 명확한 해명을 하는 방송사측의 `열린 사고'가 필요한 오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