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 올림픽팀에 박수를
기사입력 1996년 03월 22일 17시 04분
한국 올림픽팀이 중국을 몰아친 장면은 이곳의 스콜을 연상케 했다.
1, 2차전에서 보여준 무기력함이 허깨비를 본듯한 착각마져 들게했다.
어떻게 이틀 사이에 이토록 달라질 수 있을까.
물론 경기야 상대에 따라 잘 풀릴 때도 있고, 꼬일때도 있다.
그러나 올림픽팀의 `변신'은 마술 만큼이나 신기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기자는 를 만나 원인을 물어봤다.
그랬더니 "다 죽기로 했었다"고 답했다.
그라운드에서 쓰러져 죽을때 까지 뛰고 또 뛰자고 선수들끼리 맹세를 했다는 것이다.
정답은 바로 투지, 정신력의 승리였다.
비기기만 해도 4강에 오르는 중국을 불같은 정신력으로 제압했던 것이다.
와의 경기를 앞두고 허리근육에 이상을 일으켜 아직도 침을 맞고 있는 , 오른쪽 발목과 장딴지 부상으로 슈팅도 마음놓고 못하는 , 그리고 일주일전 허리부상으로 병원에 실려갔던 조종화….
여기에 오른쪽 무릎 통증이 심해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다는 이상헌과 이우영.
이들이 부딪치고 넘어지며 일궈낸것이 3대0이었고 4강진출이었다.
후반 중반 오른쪽 다리에 쥐가 나 쓰러졌던 역시 절룩거리면서도 끝까지 그라운드를 지켰다.
이들 모두가 `죽자'던 약속을 지킨 셈이다.
기자는 승부의 세계에서 정신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처럼 실감해 본 적은 처음이다.
이제 이들은 이틀간의 휴식을 가진 뒤 와의 준결승에 나선다.
구석구석 쑤시고 저리는 몸을 이끌고 "죽자"는 각오 하나로 통쾌한 승리를 엮어낸 이들을 위해 우리 국민들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자.
선수들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아낌없는 격려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