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여는 신세대 작가 송경아
기사입력 1996년 03월 22일 16시 15분
**고삐풀린 상상력… '소설가 서태지'
"제 두번째 창작집 `책' 받으러 민음사에 갔다가 빙판에서 꽈당했어요."
한참 잘나가는 신예작가 송경아씨(25)씨.
오른 발엔 깁스, 양팔엔 목발, 얼굴엔 열쩍은 미소로 기자를 맞으며 하는 말이다.
그 덕(?)에 요즘 그는 제일 좋아하는 일 두 가지, 책 읽기와 글 쓰기, 그리고 한가지 더, 잠자기를 속편하게 할 수 있단다.
70년대생, 신세대, 차세대, 90년대, 컴퓨터세대….
송경아씨에게 더덕더덕 붙는 타이틀이다. 죄다 시간적(?)이다.
"국내 문학판에서 제가 묶일 수 있는 부류는 없는 것 같다"는 그의 자백도 이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2번째 창작집의 표제작 `책'에서 고백하듯 그에게 인생은 책 같은 것이다.
위조본, 복사본, 파본, 장정이 다른 책, 판본이 다른 책, 글자가 하나 틀린 책, 같은 문제를 다루면서 문체가 다른 책….
사람들은 각자 이렇게 다양한 책을 쓰듯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체험 대신 책에서 글감을 얻는다"는 그의 말은 어쩌면 인생에서 글감을 얻는다는 말로 비약될 수도 있다.
어쨌든 그의 인생(책쓰기)은 신세대의 그것처럼 기성과는 판이하다.
기존의 질서를 야금야금 해체하기도, 한꺼번에 무너뜨리기도 한다.
`성교가 두 인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례연구 중 부분인용', `서태지 2집에 관한 소고'.
얼마나 황당한가. 소설제목으론. 그뿐 아니다.
신경줄을 팽팽하게 조이는 사변적인 문체, 금세 그 줄을 툭 끊어 놓는 감각적인 표현.
거기다 무차별적인 소재 선택에 구성의 자유분방함까지 즐기는 그를 어떤 규격에 집어넣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난독에 가까운 그의 독서 이력 때문일지 모른다.
생후 1년6개월에 간판을 읽었다는 게 그의 엄마 얘기고 유치원 때 50권짜리
계몽사의 세계 명작동화, 초등학생 때 삼국지 파우스트 등
을유문화사판 고전을 읽다니 말이다.
변변한 문학수업 없던 그는 전산과학과 4학년 때 문학동우회 `이야기 나라'에서 활동하다 연세문학상, 이학문학상을 잇따라 탄 뒤 월간 `상상'으로 등단했다.
글쓰는 이유가 "재미있어서"라는 송경아씨는 "생각나는 것 다 써놓고 죽고 싶다"고 한다.
잘빠진 성장소설, 우리 문학에선 대접을 받지 못하는 판타지나 SF, 김유정 이후 자취를 감춘 유머소설을 복권시키고 싶다는 거다. 욕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