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정무 축구칼럼 >
기사입력 1996년 03월 21일 15시 40분
## 정신력이 승패의 열쇠 흔히 축구의 기본요소로 3B를 꼽는다. 브레인(Brain), 볼 컨트롤(Ballcontrol), 보디 밸런스(Bodybalance)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정신력, 즉 심리적인 요소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나는 이 심리적인 요소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심리적 상태가 불안정하거나 적극적이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성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A조의 UAE(아랍에미리트)는 오만, 와의 두차례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도 3골씩을 허용하며 역전패했다.
재미있는 것은 두게임 모두 한골을 리드하는 상황에서, 그것도 상대팀 선수가 퇴장을 당해 수적으로 우세한 상황(오만 2명, 1명)에서 3골씩이나 얻어맞고 연거푸 주저앉고 말았다는 점이다.
스코어를 리드하는 상황에서 수적우세까지 더해졌을 때 UAE 선수들의 심리상태는 어떠했을까.
반대로 1~2명이 빠진 오만이나 가 역전승을 거둔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위의 두게임을 지켜보면서 나는 현대프로축구단 소속 선수로 뛰던 84년 가을 부산서 벌어진 LG와의 경기가 문득 떠올랐다.
우리팀은 전반 한골을 뒤진 상황에서 최강희(현 삼성 트레이너)가 퇴장까지 당해 누가봐도 패색이 짙었다.
이때 우리 선수들은 "퇴장당한 동료선수의 몫까지 각자가 조금씩 더 뛰자"고 스스로를 다독거렸고 그때부터 무서운 응집력이 발휘되기 시작, 결국 후반들어 전세를 뒤집어 3대2로 역전승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짜릿하고 뿌듯한 순간이었다.
그때 우리가 세(勢) 불리를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결국 정신력(심리적 요인)이었다.
정신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라운드에서 뿐만이 아니다.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불굴의 정신력을 가진 선수는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게되고 그만큼 선수생명도 길어지게 된다.
UAE가 남긴 교훈은 한국팀에게도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