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 비둘기떼 '몸살'
기사입력 1996년 03월 19일 16시 53분
**배설물로 기와 - 단청등 부식 피해 심각 고궁들이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비둘기가 수백마리씩 떼지어 날아 다니며 고궁의 기와와 석재에 배설물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아무데나 앉아 발자국을 남겨 소중한 문화유산을 마구 더럽히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등에 따르면 산성분 등 12종의 유기오염물질로 이뤄진 비둘기의 배설물은 장기간에 걸쳐 물과 화학작용을 일으켜 기와와 석재의 부식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특히 배설물이 고궁의 단청에 묻을 경우 이를 즉시 제거해 주지 않으면 단청의 색깔이 급속히 퇴색하고 꺼풀이 일어나는 등 본래의 형태를 잃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이에 따라 과 고궁 및 공원 관리사무소들은 그동안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비둘기 배설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관리사무소는 지난해부터 궁내 건물의 단청을 보호하기 위해 처마근처 등 비둘기들이 앉을 만한 곳에 그물망을 쳐 비둘기떼의 접근을 막으면서 매일 아침 직원들을 동원, 석탑 등에 묻은 배설물을 제거하고 있다.
그러나 지붕 등 사람의 손이 쉽게 닿을 수 없는 곳에 떨어진 비둘기 배설물은 그 피해가 심각함을 알면서도 어쩔수 없이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이 고궁관리사무소측의 설명이다.
특히 비둘기떼가 극성을 부리는 탑골공원의 경우, 자원봉사 할아버지 3명을 시켜 비둘기가 팔각정 등에 앉으면 그때 그때 쫓아 버리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비둘기로부터 문화재를 보호하고 있을 뿐이다.
김동현 보존과학연구실장은 "비둘기는 먹는 것을 절제하지 못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며 사람들이 모이를 너무 많이 주는 바람에 비둘기들이 과식, 배설물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