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진단하는 우리 정치 현주소
기사입력 1996년 03월 19일 15시 22분
**신세계갤러리 서울-광주서 '정치와 미술'전
**임옥상-박재동씨 등 화가-만화가 23명 출품
4.11 총선 등 `정치의 계절'을 맞아 미술로 우리 정치를 진단하는 전시회가 열린다.
신세계갤러리(관장 지명문)는 우리 정치를 미술로 해부하는 `정치와 미술'전을 기획하고 광주 신세계갤러리(19~28일)와 서울 보다갤러리(29일~4월9일) 두곳에서 차례로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정치와 미술의 접점으로 제시된 것은 포스터. 현대사를 구체적으로 증언하면서 한 시대의 예술적 수준을 간명하게 드러내는 미술의 잣대로 포스터를 채택하고, `정치'란 현실에 대한 미술가의 다양한 반응을 작품으로 이끌어내 눈길을 끈다.
출품작가는 임옥상 최영훈 서용선 윤동천 정원철 최진욱 고낙범 공성훈 박문종 박불똥 석영기 등 화가와 박재동 김수정 주완수 등 만화가 23명. 시각 이미지의 영역에서 뚜렷한 개성을 인정받아온 30~50대의 대표작가들로 엄선됐다.
출품작들은 우리 정치에 대해 지극히 냉소적인 시선을 보낸다. "3김은 이젠 떠나야 한다"(임옥상), "싫증난다"(김영신) 등 현실의 구호가 다채로운 미술의 옷을 껴입는다.
오리발, 지문, 화투, 선거포스터, 개집…. 미술가들이 정치를 연상한 도구들은 주로 엉뚱한 것들로 채워진다.
화면을 큼직하게 차지한 오리발의 역동적인 구성(윤동천)이 뒤로 가는 우리 정치의 강력한 힘을 패러디하고, 지문이 만든 독특한 인간형상(정원철)으로 지켜지지 않는 공약을 조롱하기도 한다.
여성작가 조경숙은 옹색한 성기를 가진 남성의 누드 조각과 `백색남근'이란 문자작업을 통해 남성중심주의의 거대한 뿌리가 정치에도 깊숙이 내려졌음을 비판한다.
전체적으로 출품작들은 강력한 권력욕구만 약동하는 우리 정치를 강력한 이미지의 힘으로 다채롭게 해체하는데 역점을 뒀는데, 드로잉 사진 컴퓨터그래픽 복사 문자작업 등 다양한 방법들이 쓰였다.
< 박삼철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