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화려함 죽이고 평범함 살리기
기사입력 1996년 03월 16일 16시 22분
##고아출신 불우한 여인 연기변신## ##물빠진 청바지에 허름한 바바리 '튀지않는 분위기' 연출## 질끈 동여맨 머리, 화장기 없는 창백한 얼굴, 세상을 다 산 것 같은 어두움.
TV `그들의 포옹'에서 산전수전 다겪은 듯한 모습으로 다가온 의 변신이 신기하다.
`산소같은 여자'의 이미지가 강했던 가 `그들의 포옹'에서 맡은 역은 흥신소 직원 승혜.
노동조합을 만들려다 기관원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이후 전과 2범의 어두운 과거를 지니게 된 여인이다.
같은 고아원 출신인 사법연수원생 정인()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과거 때문에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비련의 주인공. 정인이 양지에 서서 정의를 수호한다면 승혜는 음지에 서 있는 가장 어두운 인물이다.
"의외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TV `사랑과 결혼'의 은지나 TV `파파'의 세영 모두 예쁘고 화려한 성격이잖아요. 처음 캐스팅됐을때 주위분들이 기대 만큼 걱정도 많이 하시더라구요". 그러나 정작 는 승혜를 연기하는 것이 즐겁단다.
화장도 거의 하지않아도 되고 예쁜척 톡톡튀기 위해 과장하지 않아도되니 얼마나 편하냐는 것.
"제일 애착을 갖는 인물이 SBS TV `아스팔트 사나이'의 미혼모 동희였어요. 원래 말하기를 즐기지 않는 성격이어서 약간은 가라앉은 듯한 연기를 선호하는 편이거든요". 고민이 있다면 기존의 화려한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의상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
물빠진 청바지, 몇년 입은 것 같은 바바리 등을 허름하게 보이기 위해 각종 연구를 해야 한단다.
TV `파파'에서 머리수건과 클레오파트라 헤어스타일을 유행시켰던 그녀가 `그들의 포옹'에서 보이는 의상감각도 남다르다.
특히 눈을 반쯤 가린 모자는 세상에 대한 적대감을 그대로 표현해주는 소품.
틈나는 대로 닦고 문질러서 낡아 보이게 공을 들였단다.
"지난 93년 SBS TV `댁의 남편은 어떠십니까'로 데뷔했을때 `역시 CF가 낫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이젠 매번 나아지고 새로와지는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올해는 반드시 `느낌'을 표현할 줄 아는 좋은 배우로 인정받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