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기사입력 1996년 03월 16일 15시 02분
A씨는 1년전 조기퇴직했다. 깊은 내막은 잘 모르겠으나 직장 퇴직시 마음대로 되지 않은 것이 꽤 큰 상처로 남았던 것 같다. 그 이후 부부관계가 현저히 떨어졌던 것이 이제나 저제나 어언 1년이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본인도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한데다 급변했던 자신의 신상 변화때문에 돌아볼 겨를도 없었단다. 시일이 지나 어느정도 심신은 안정되어 가고 있지만 그 문제만은 풀리지 않고 아직껏 짓누르고 있다. 10여차례 넘게 시도하여 겨우 한번 정도 밖에 안 될 뿐더러 발기정도도 매우 불만족스럽다는 것이다. "저같은 경우에도 치료가 되겠습니까." 대부분의 환자가 그렇듯이 큰 시름에 몸 전체가 잠겨있는 듯 한숨이 뒤따랐다. 찾아오기는 했으나 별 큰 기대는 않는다는 표정도 깃들어 있었다. 심혈관계, 그리고 당뇨병을 포함한 대사성 병력유무에 대한 문진이 시작됐다. 그리고 시청각 자극에 대한 음경해면체 확장 및 강직도를 `리지스캔'에 의해 체크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음경혈관 장애 유무 또한 `도플러'에 의해 확인이 되었다. 결과는 어느 정도 예측한대로 심인성 발기부전이었다. 그의 병력과 진찰결과를 토대로 발기장애를 불러온 원인을 추적해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직장으로부터 자의반 타의반 퇴임에 꽤나 심적타격을 받았으리라. 직장생활로 이어지는 규칙적인 하루 일과가 어느날부터 갑자기 실종되고 의기소침한 칩거상태가 시작되면서 최소한의 운동량마저 채우지 못한데다가 동료들과 간간이 나가던 골프나 등산으로부터도 멀어지게 되었으니 설상가상의 형국이다. 더구나 부인보기도 전만같지 않다. 어쩐지 겸연쩍기도 하다. 모든게 주위로부터 위축된 이변(?)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약해진 심신에다 부부관계마저 뜻대로 안되고 보니 이제 노이로제 증세까지 더해진다. 계속되는 스트레스는 음경해면체 혈관벽에 분포되어 있는 부교감신경 말단으로부터 노르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시킨다. 이 호르몬은 음경혈관을 수축하여 발기는 커녕 오히려 위축시켜 버리는 부부관계의 적이다. 치료는 자세한 설명과 함께 치료될 수 있다는 확신이 우선적이다. 그리고 발기유발제와 해면체 확장주사를 시도하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
정양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