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차이무 '늙은 도둑 이야기'
기사입력 1996년 03월 16일 15시 01분
**질퍽한 충자와 해학 토속언어의 실험무대 극단 `차이무(차원이동무대)가 대학로 동숭스튜디오씨어터에서 공연하고 있는 `늙은 도둑 이야기'( 작, 연출)에 관객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 1일 개막한 이 무대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 관객들이 객석을 꽉 메운 채, 귀엽고 슬픈 늙은 도둑들이 펼치는 시원스런 코미디에 박수 갈채를 보내고 있는 것.
이번 무대는, 지난 89년 `동숭연극제'에서 초연한 원작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념적인 요소를 제거한 채 요즘의 시대감각에 맞게 재구성했다.
초연작이 정치적인 이데올로기를 담았다면 이 무대는 물질문명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는 가상현실을 설정, 절퍽한 풍자와 해학으로 한국 코미디의 전형을 보여준다.
교도소에서 출감하여 세계적인 명작들이 전시된 어느 개인 미술관에 들어가 무언가를 훔치고 싶어하는 도둑이 결국은 아무것도 훔치지 못하고 경찰에 잡혀 벌이는 해프닝을 담고 있다.
특히 이 무대는 `칠수와 민수'의 가 직접 쓰고 연출한 작품으로, 그만이 지니고 있는 사회성 짙은 언어와 현실에 대한 비판적 풍자정신이 돋보인다.
연기자들을 통해 극중에서 서울말, 강원도 말 그리고 전라도 말까지 두루 실험함으로써 우리 언어가 갖는 뉘앙스와 질감 그리고 연극적인 정서표현을 보여주는 것.
늙은 도둑에 명계남, 덜늙은 도둑에 박광정 그리고 수사관, 달동네에 사는 중년의 가장, 덜 늙은 도둑이 짝사랑했던 카바레 댄서 등 1인 다역의 유오성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명계남은 아주 일상적인 언어를 객석에 툭툭던지거나, 속사귀는 듯한 언어감각으로 전과 18범으로 늙은 한 인간의 모습을 천연덕스럽게 던져준다. 여기에 연기 뿐만 아니라 연출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광정은 전라도 사투리로 코믹한 도둑의 모습을 유감없이 묘사한다. 또 연극와 영화등에서 폭넓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유오성은 극의 브릿지 역할을 탁월하게 형상화, 관객들을 폭소속으로 몰고가면서 성격배우로서 대성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호흡이 척척 맞는 앙상블로 도둑들이 이 세상을 행해 던지는 `귀여운 행동'을 통해 현대사회의 한 단면을 재미, 그 뒤의 남는 쓴웃음으로 남겨준다. 4월14일까지. 화~목 오후 7시30분, 금 ~일 오후 4시30분, 7시30분. 3673-07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