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진석2단 ●장수영9단 = 2차예선 결승
기사입력 1996년 03월 14일 17시 14분
** 승부수라고 생각했던 흑95가 패착 총보(1~128)=중견강호와 주목받는 신예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본선진출국, 장수영 9단과 목진석 초단의 한판 승부는 신예의 승리로 끝났다. 대국 초반 우변접전에서 상당한 실리를 챙긴 흑이 `선착의 효'를 유지하는 듯했으나 중반 초입, 흑 59로 지나치게 실리를 탐하다가 백 60을 허용하면서 형세의 흐름을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이후에도 흑은 75, 79, 81등 좌상귀에 집착하는 우를 범해 백 82의 대세점을 빼앗겼고 결국 승부수라고 생각했던 흑 95가 `패착'이 됐다. 이수를 평범하게 96의 곳에 두었으면 호흡이 긴 승부였다. 128수 백 불계승.
요즘 `장수영의 칼날이 무뎌졌다'고 말하는 팬들이 많다. 패기만만하던 `도전 5강'시절 타이틀무대를 오르내리던 `장비'의 무용(武傭)을 아끼는 마음이다.
장수영은 한국기원의 실무이사를 맡아 승부외적인 일로 다망해졌다. 유려한 바둑해설 솜씨가 소문나 최근에는 공개해설장에도 자주 모습을 보인다.
그런 역할들도 바둑계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는 않겠지만 팬들은, 어느해인가 기왕전에서 이창호를 꺾었을 때 감격에 겨운 관전기자가 칭찬했던 바 그대로 둥글고 잘생긴 장수영의 얼굴'을 보고 싶어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량급 멤버 장수영을 뿌리치고 본선에 뛰어오른 신예 목진석은 초반 우변접전에서 인상적인 사석작전을 펼쳤다.
결과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이 대범한 싸바르기는 `버리고 둘 줄 아는'소년의 대세관이 결코 얄팍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또 상대의 실기를 틈타 백 82의 대세점을 짚어가는 민첩성과 흑 95 이하의 무리한 침입을 정확하게 응징한 백 100의 묘착 등 좌하귀 일련의 수순도 돋보였다.
신예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새롭다는 것, 젊다는 것은 뜨거운 가슴의 박동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오늘의 승자에게 더욱 정진할 것을 당부하며 본선무대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