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사랑과 죽음의 대륙-중원(中原)(35)

기사입력 1996년 03월 13일 16시 16분


심양 왕자궁의 불모 동방왕자(東邦王子)!



그는 언젠가 떠돌이 소년 아귀에게 말 한 필을 기꺼이 내주었던 세자 무현(武賢)을 가르키는게 아닌가.



청죽생은 매우 심각한 안색이 된다.



"그러하옵니다. 동방국에서는 은밀히 밀사를 파견하여 해동검보(海東劍譜)를 왕자궁으로 전달하려 했습니다."



타르무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해동검보라니?"



오고타 즉 청죽생은 차근히 설명했다.



"동방왕가의 비전검법(秘傳劍法)이 수록된 비급으로 연마하여 십성(十成)을 성취 도달하면 천하제일의 고수가 된다고 하옵니다. 해동검결의 무궁무진한 조화와 변화는 능히 하늘도 놀라고 땅도 흔들린다는 경천동지의 경지에 달해 있사옵니다.

그러므로 만일 이 사실이 중원에까지 알려진다면 천하인(天下人)들은 경동(驚動)할 것이옵니다."



타르무는 급히 묻는다.



"그 비급은 어디 있는가?"



"낙양으로 향하고 있다는 정보만 입수했습니다."



"고도(古都) 낙양?"



"예. 전하께서는 혹시 황금사원에 관한 소문을 들으셨는지요?"



"봉황의 열쇠를 지니고 있다는 문파 말인가?"



"바로 그러하옵니다."



"그렇다면 내 누이 아비라(阿非羅)가 그 방면에는 정통하네. 강호무림계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니까. 나 또한 봉황시의 소문을 그 아이를 통해서 들었으니까."



청죽생은 공손하게 설명을 계속했다.



"해동검결을 그 황금사원에서 습득했습니다. 따라서 일심부에서는 최정예 고수를 파견하여 그 비급을 노리고 있사옵니다. 속하의 예측대로라면 멀지않아 동방왕가의 검결은 최대의 적국인 도국(島國)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옵니다."



타르무의 안색이 변하였다.



"즉각 아비라에게 알려줘야겠군."



청죽생은 공손히 묻는다.



"아비라 왕녀께서는 지금 북경에 머물고 계시겠지요?"



"누이동생은 성품이 호쾌하니 여행을 많이 한다네. 때로는 필마단기(匹馬單騎)로 바람처럼 떠돌기를 좋아해서 행적을 종잡을 수가 없지."



"아비라님은 천하의 내노라 하는 영웅기걸(英雄奇傑)들보다 더욱 영활하고 대담한 성격이시니..."



타르무는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었다.



"아비라는 장차 천하를 놀라게 할 큰일을 할 걸세. 그래서 우리도 아비라의 은밀한 뜻에 따라서 무림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 본 왕야가 중무연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 하지만 그들 역시도 한족이라 끝까지 신뢰하기가 용이하지 않아."



타르무의 끝말은 속삭이듯 아주 작아서 겨우 알아 들을 수가 있었다. 청죽생은 그 이유를 알고 있는 듯 자신도 음성을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