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상 정형균 '한국 핸드볼 세계정상 이끈 명장'
기사입력 1996년 03월 13일 15시 12분
그를 두고 사람들은 `타고난 승부사'라고 부른다.
(41.한체대교수)-.
여자핸드볼 국가대표 감독인 그는 92년 바르셀로나에서 한국의 올림픽 출전 48년사(史) 최초로 구기종목 2연패(連覇)를 진두지휘하더니 지난해 12월엔 최고권위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 한국 여자핸드볼을 명실공히 지구촌 최강으로 올려놓은 주인공이다.
정감독의 우승비책은 한국식과 서양식의 절묘한 조화.
선수출신이면서도 교수직에 오를 만큼 지적 욕심이 강한 그는 선수관리와 경기분석은 서양식으로 하지만 선수들과 함께 굵직한 땀을 흘리며 지옥훈련을 감행하는 것은 한국식으로 한다.
그의 악명(?)이나 승부사 기질은 태릉선수촌에서도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상태.
이것을 방증하는 일화 하나.
제12회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전술 훈련을 거듭하던 지난해 가을.
여자대표팀은 정석 항공고와 연습경기를 가졌다.
아무리 핸드볼에 관한한 당대 최고의 여걸(女傑)들이라지만 키크고 힘좋은 고등학교 남자팀은 버거운 상대일 수 밖에.
첫경기는 예상대로 보기좋게 졌다.
곧이은 2-3번째 시합에서도 연속 패배.
약이 바짝 오른 정감독은 말없이 선수들에게 손가락으로 코트를 가리키며 빙그르르 원을 그렸다.
선수들은 벌로 1시간여를 말없이 코트만을 돌았다.
이후 "이길때까지!"를 외치는 정감독의 고함에 기가 질린 정석항공고 선수들이 승부조작(?)으로 경기를 져 준 후에야 그날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그는 이번 체육대상 지도자부문 수상에 대해 "그동안 선수들과 함께 흘린 땀의 대가"라면서 "나보단 더 고생한 선수들이 받아야 하는데…"라며 제자 사랑을 잊지 않는다.
감독은 이제 또다른 `작품'에 몰입해있다.
바로 올림픽 3연패(連覇)라는 금자탑이다.
그에겐 변명도, 에누리도, 요행수도 없다.
"모든 것은 결과로 말할 뿐이다."
평범(平凡)한 그의 말이 승부사다운 비범(非凡)함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