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 의원님 바쁘다 바빠
기사입력 1996년 03월 11일 17시 28분
이 땅의 봄은 청춘 남녀의 계절이다. 예식장마다 결혼을 하려는 젊은 남자 여자들로 북적이는데 신랑신부 당사자 뿐아니라 그들의 부모, 예식장, 근처 갈비탕집, 함값 뜯을 친구 녀석들 등 모두가 바쁘다.
그러나 이 사람들 보다 더 바쁠까.
신랑 신부야 그날 자기 결혼식 한번만 치르고 밤에 이어질 특별 순서만 상상하고 있으면 그만이지만 이 결혼식 저 결혼식에 모두 왔다갔다 해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주례이시다.
주례사(士)가 따로있지도 않고 주례를 할 수 있는 다른 자격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누구나 주례를 할 수 있는데 단연 국회의원이나 의원이 되려는 후보가 결혼식 주례로 대인기다.
의정생활 4년동안 400여회 이상의 주례를 서는 모양인데 우리나라의 의원님들은 의사당보다 예식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4월 총선에 출마한 한 30대 젊은 후보는 40대 늙은 노총각 결혼식에 주례로 나서면서 선관위에 선거법 아니 주례법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질의를 하기도 했단다.
한창 결혼 예식이 진행돼 이윽고 주례가 근엄한 표정과 음성으로 신랑에게 묻는다.
"신랑에게 묻겠습니다. 예쁜신부를 아내로 맞게될 당신은 이 여자를 평생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까?" 신랑의 대답은 당연하지 않은가. "예!"
"방금 예라고 했습니까?" "예!"
"그말 진심에서 우러 나왔습니까?"
"물론입니다."
"그 말 틀림없어?"
"그렇다니까요"
"니말 그대로 믿어도 되는 거지?"
참다못한 신랑이 따진다.
"아니 주례님, 왜 그렇게 다짐을 하자고 되풀이 하시죠?"
그러자 주례는 울상이 되며 말했다.
"짜샤, 나도 이 아가씰 사랑한단 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