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 증상없이 다가와 치명적 합병증 유발
기사입력 1996년 03월 09일 16시 57분
고혈압을 앓고 있다고 해도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것이 보통이어서 자신이 고혈압을 앓고 있는 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운이 없거나 축 늘어지고 매사에 의욕이 없을 때 의례 보약을 찾는 경향이 있고, 활력을 되찾으려면 무언가 먹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또 흔히 혈압이 떨어지면(또는 저혈압을 가지고 있으면) 기운이 떨어지고 맥이 빠지는 상태가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신경이 날카로워 지고 긴장이 되며 팔짝 팔짝 뛰는 상태에서는 혈압이 올라가는 줄 알고, 혈압이 높아지면 반드시 머리가 아프고 뒷목이 땡기고 몸이 찌뿌둥한 것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혈압이 올라가거나 고혈압이 되면 누구든지 혈압의 상태를 나타내는 증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혈압은 혈압 측정기로 재어 보기전에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한다. 고혈압이 있으면 심장병이 잘 생기고, 혈관이 망가져서 중풍, 신부전 등의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기게 된다.
물론 고혈압 자체로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며 일상 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그렇다고 치료를 소홀히 하면 십년 또는 이십년후에 무서운 합병증이 나타나 생명을 앗아 가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살금살금 혈관을 파괴하고 장기를 못쓰게 만드는 고혈압. 십년, 이십년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사람의 생명을 죽여간다. 그 동안 혈압 높은 사람은 가정을 이루고 사회에 진출하여 가정의 기둥이 되고 사회의 중견이 되어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심장마비나 중풍 때문에 가정이 깨어지고 사회적인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그래서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이자, 아무런 표정도 없는 냉정한 살인자이다. 또는 양처럼 순하고 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하게 다가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사람의 생명을 죽여가는 음흉한 살인자인 것이다.
혈압이 높은 것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65세에 이르기 전에 사망하는 확률은 정상인에 비해 약 3배가 높다. 생활습관을 바꾸어주고 혈압약으로 잘 조절해 주면 이런 조기사망과 합병증을 방지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혈압을 재어 보는 것 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