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가 사랑의 배달
기사입력 1996년 03월 09일 15시 41분
**식장서 등에 달고 현상소로 비행 즉석 인화 **결혼식날 마지막 연애편지-사진필름 1통 비둘기가 결혼식에 등장했다. 역할은 `사랑의 우편배달부'. 신랑신부가 몰래 쓴 백년사랑의 편지를 결혼식이 끝난후 본인들에게 배달해주는 것.
기상천외한 `비둘기 웨딩'은 얼마전 국내에 처음 등장하자마자 새봄 예비 신랑신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전자회관 7층 웨딩홀.
이날 오후 1시 결혼식을 올린 신랑 홍영준씨(31·)와 신부 서은주씨(26·간호사)는 예식후 색다른 결혼기념식을 가졌다.
비둘기 한쌍을 하늘로 날리며 행복을 기원한 것.
비둘기의 등에는 편지와 필름 한통이 따로따로 실렸다.
편지는 결혼식전 신랑이 신부에게, 신부가 신랑에게 결혼 청사진과 백년사랑을 몰래 적은 미혼시절 최후(?)의 연애편지. 24방짜리 필름은 축하객이 찍어준 것이다.
그리고 몇시간후 신랑신부는 자신들이 날려보낸 우편물을 공항에서 고스란히 받았다.
비둘기가 배달한 편지와 사진은 이미 한권의 작은 앨범으로 만들어져 자동차편으로 신랑신부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던 것. 앨범에는 `신혼 첫날밤 개봉'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홍-서씨 부부는 "첫날밤 사랑의 편지를 함께 읽는 부부는 아마 우리가 처음일 것"이라며, "평생 잊지못할 사랑의 정표가 될 것"이라며 연신 기뻐했다.
이날 결혼식에 등장한 비둘기는 예로부터 편지 배달 등 소식통으로 사용됐다는 전서구(傳書鳩).
2마리중 암컷은 2년전 일본 후쿠오카에서 서울집으로 찾아왔다는 베테랑으로 2마리 모두 국가대표급이다.
전서구는 평균 25g (필름 20g )의 짐을 등에 실어나르는데, 우편물은 띠처럼 만든 테이프로 등에다 붙인다. 전서구가 자기집을 찾아갈 확률은 99%이다.
전서구는 이날 결혼식장을 출발, 곧장 주인 집이 있는 서울 정릉으로 날아갔다. 약 13㎞의 거리를 20분만에 날았다.
`비둘기 웨딩'이란 깜찍한 에피소드는 이벤트사 열린세상 박범근 대표(33·범근패러글라이딩 팀장)의 사업 아이디어.
박씨는 "비둘기에 긴 축하리본을 달거나, 오색종이 날리기 등의 축하쇼도 가능하다. 화이트데이 비둘기사랑고백 등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비행한 전서구의 주인 이준용씨(36)는 "사랑이 으뜸이라는 뜻에서 사랑과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등장시켰다"며, "결혼식때 축하비행은 몇번 있었으나 우편 배달부로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