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막의 신화(?)
기사입력 1996년 03월 07일 17시 08분
첫경험시 혈흔의 등식으로 믿고 있는 남자들이 의외로 많다.
수세기 동안 처녀막은 여자의 순결성을 가늠하는 척도이고 순결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여겨져 왔다.
그것은 남성들 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한 여인은 자신이 성경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궁암검사를 주부들에게 행하는 방식으로 시행하여 처녀막을 손상시켰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해서 화제가 됐던
기억이 아직 새롭다.
이와는 반대로 처녀때는 프리섹스를 즐기다가 결혼하기 전에 소위 처녀막 재생수술을 받는 여성들도 있다.
어떤 남편은 첫날밤 혈흔이 없다고 아내의 순결을 의심하였으나 남자의 자존심(?)때문에 그것을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간접적으로 아내를 괴롭혀 결국 이혼하게 됐다. 그후 정신과를 찾아와 상담하던 중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
잘못됐음을 알고 뒤늦게 후회했던 일이 있었다.
이것은 모두 처녀막에 대한 잘못된 지식으로 인해 빚어진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다.
## 선천적으로 없거나 운동으로 손상입기도
사실 처녀막의 기능은 아무것도 없다.
순결하지 않은 것을 남자다움으로 생각해 고의로 자신의 순결을 잃어버리는(?)남자들이 평생 처녀막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나 아이를 몇명씩 낳고도 처녀막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여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처녀막의 허상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싶다.
처녀막은 질입구에 붙어 있다. 쉽게 알기 위해서 자신의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동그란 원을 만들어보자.
그 원이 질의 입구라 하면 손가락 사이에 있는 물갈퀴같은 부분이 처녀막에 해당한다.
보통은 첫경험시 상처를 입으며 반복해서 관계를 갖게 되면 점점 뜯겨져 나가서 거의 흔적도 안남게 된다.
그러나 어떤 경우는 상처가 나지 않고 그냥 밀려서 질벽에 붙어 있는 경우도 있다.
어떤 여자는 태어날 대부터 처녀막이 없다. 또 어떤 경우는 심한 운동이나 자위행위시에 손상을 입기도 한다.
최근에 많이 쓰이는 탬폰에 의해서 손상을 입기도 하며 드물게는 뚫리지 않는 처녀막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생리가 시작돼도 생리혈이 나오지 못하므로 수술칼로 그어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더 이상 처녀막의 허상에 매달려 스스로 마음의 고통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은 버리자.
그리고 순결의 진정한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 노만희 (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 >
